[Hot Issue] 우려 속 베일 벗은 ‘솔올미술관’…이대로 괜찮을까
[Hot Issue] 우려 속 베일 벗은 ‘솔올미술관’…이대로 괜찮을까
  • 이은영ㆍ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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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향후 운영계획 관련 소통 안돼 …불분명한 미래
예산·인력 문제 애로사항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이은영 발행인] 원주시의 ‘뮤지엄 산’과 같이 강릉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표방한 솔올미술관(관장 김석모)이 4년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4일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展으로 문을 연 솔올미술관은 ‘백색 건축’의 대가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담은 설계로 개관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9일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 주관으로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는 미술관의 개관까지의 고된 여정부터 이번 전시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입구에서 보는 솔올미술관 ⓒ김연신 기자
▲입구에서 보는 솔올미술관 ⓒ김연신 기자

시작부터 덜컹, 그래도 문은 열었다

김석모(48) 초대관장에 따르면 미술관은 개관까지 순탄치 않은 여정을 걸어왔다. 미술관은 현재 건축부터 향후 운영까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건축 부지는 강릉시 소유고, 현재 운영은 오는 8월까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에서 맡고 있다. 총 350억 원이 투입된 미술관은 (주)교동파크홀딩스에서 공원을 완공하고 기부 채납이 이루어진 후인 9월부터 미술관은 강릉시 소관이 되고, 시에서 직접 운영을 맡게 된다. 

문제는 예정 전시나 후임 관장 등 9월 이후의 운영에 관련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미술관이 강릉시 관할로 이전된 이후의 운영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변해줄 강릉시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관장은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한 청사진이나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릉시가 어떻게 운영할 건지 공유라도 된다면 적극 도울 텐데 답답할 따름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최근 3년 사이에만 담당 부서가 수차례 이관됐다”라며 공무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 미술관 운영에 대해 수많은 고민과 제안을 전달을 했었는데, 하루가 지나면 부서가 바뀌고 진행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재차 털어놨다. 

지난 19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석모 관장의 모습이다.
▲지난 19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석모 관장의 모습이다. ⓒ김연신 기자

미술관 운영 관련 관할부서는 특구개발과와 문화예술과를 거쳐 경제환경국 녹지과로 지정된 바 있다. 녹지과는 도시공원업무와 녹지관리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로, 미술관 관련 제대로 된 ‘예술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미술관 운영 관련 예산 배분이나 인력 배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배정된 예산은 홈페이지 구축 비용인 5000만원이 전부다. 강릉시에서는 “공원 정비사업이 완료되는 시점부터는 강릉아트센터가 미술관 운영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강릉아트센터의 전시기획팀 인력은 6명에 불과, 그 중 일부는 강릉시립미술관 운영을 맡고 있기에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미술관의 운영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 관장은 미술관의 향후 작품 소장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박물관형 미술관은 20세기 미술관이라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경우에는, 미술관의 역할 중 소장, 연구, 보존, 문화계승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릉 같은 소규모의 도시에서 소장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예산적 측면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 작품이나 소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번에 전시된 폰타나 작품만 해도, 다 합치면 미술관 건축에 드는 비용의 몇 배를 호가할 것이다.”

이어 앞으로 미술관 운영의 중장기 계획 등의 질문에는 “향후 강릉시에서 어떻게 운영할지는 모르지만, 미술관은 대관하는 공간이 아닌 미술과 연구가 만나는 공간이다”라며, “대관 전시가 아닌 기획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후 김 관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미술관 때문에 대한민국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는데, 단 한 군데 들썩이지 않는 곳이 있다. 강릉시청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내며 "바꾸고 싶다. 도와달라.”라는 간절한 호소로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솔올미술관 외관전경 ©솔올미술관
▲솔올미술관 외관 전경 ©솔올미술관

9월 이후 ‘개점 휴업’도 우려될 만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솔올미술관, 여러 역경을 내딛고 마침내 개관은 했으나 해결할 과제가 산적하다. 강릉시는 강원도 내의 가장 큰 규모의 공공미술관을 소유한 도시로서,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미술관 운영을 위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들리는 말로는 지난 해 강릉시장이 바뀐 이후 개관까지 단 한차례도 시장이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솔올미술관에 대한 많은 이들의 우려가 이 부분에 방점이 찍히는 듯하다. 전임 시장 시절의 치적으로 치부해서인지, 아니면 문화예술 쪽에 아예 관심이 없어서인지, '그것이 알고 싶은' 부분이다. 부디 이런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강릉시가 빠른 시일 내에 솔올미술관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길 강릉시민과 강원도민,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