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선과 점으로 연주하는 선율의 미학”
롯데뮤지엄, 윤협 《녹턴시티》展 “선과 점으로 연주하는 선율의 미학”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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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롯데뮤지엄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230여점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점과 선으로 도시의 야경을 그려온 윤협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롯데뮤지엄은 올해 첫 기획 전시로 5월 26일까지 윤협 개인전 《녹턴시티(Nocturne City)》를 개최한다. 초기작부터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총 230여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06. Seoul City, 2023. Acrylic on canvas, 200.6 x 495.3 cm © Yoon Hyup.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Seoul City, 2023. Acrylic on canvas, 200.6 x 495.3 cm © Yoon Hyup.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롯데뮤지엄)

거대한 유기체, 도시를 펼치다

윤협은 2014년 랙앤본(rag&bone)의 벽화작업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 도시 안팎에서의 경험과 주관적인 감정을 도시 시리즈에 담고 있다. 작가는 지난 13년간 뉴욕에 살면서 도시가 희로애락의 공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Seoul City>(2023)는 그의 고향인 서울에 대한 감정을, <Walking by the River>(2023)는 런던에서 개인전 개최 후 방문한 파리의 기억을 표현했다. 

“나에게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도시를 표현하는 것은 도시 속의 개성과 문화를 통해 직접 느낀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작가의 말                                       

《녹턴시티》의 녹턴(nocturne)은 ‘밤’이라는 시간에 영감 받은 예술을 의미한다. 밤은 기억의 조각들을 상기시키며, 낮에는 보이지 않던 여러 개성이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매력적인 시간이라 작가는 말한다.

04. Night in New York, 2023. Acrylic on canvas,  200.6 x 1,651 cm © Yoon Hyup.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Night in New York, 2023. Acrylic on canvas, 200.6 x 1,651 cm © Yoon Hyup.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롯데뮤지엄)

16미터의 대형 파노라마 작품 <Night in New York>(2023)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으로, 맨해튼의 야경을 그려냈다. 작가는 자전거로 브루클린에서 베어마운틴까지 왕복200km를 달리며,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야경이 마치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는 듯 했다고 회상한다. 허드슨강 수면 위에 반사되는 도시 불빛을 보며, 모네(Claude Monet)의 <수련> 연작을 떠올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회화에서 조각으로 탄생한  <저글러(Juggler)>와 새롭게 발전시킨 <리틀 타이탄(Little Titan)> 시리즈를 최초로 공개한다. 작가 특유의 회화 작업 방식인 ‘점’과 ‘선’이 조각으로 발전한 작품이다.

재즈처럼 즉흥적인 ‘점’과 ‘선’

음악은 윤협의 작업과 연관이 깊다. 특히 재즈는 큰 흐름의 계획 안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이 그의 작업방식과도 유사하다. 

작가는 어린시절 어머니의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8년정도 배우면서,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더 즐겼다. 지금도 힙합, 펑크 등 다양한 인디펜던트 음악을 선호하고, 때론 작업에 몰입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음악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타듯이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점과 선을 짧게 그려나갈 때는 시의 운율을 떠올리기도 한다.

윤협은 구상한 이미지를 밑그림 없이 ‘점’과 ‘선’으로 채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2004년 라이브 페인팅을 하며 그 공간과 순간의 감각의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점’과 ‘선’으로 표현하게 되고, 이후 점과 선은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Juggler, 2023 © Yoon Hyup.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Juggler, 2023 © Yoon Hyup.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롯데뮤지엄)

윤협에게는 조색 역시 중요하다. 그는 작품 주제에 따라 색상을 결정하는 과정을 어린 시절에 받은 악기 수업과 비유해 설명한 바 있다. 바이올린 현의 미세한 음에 집중 하듯 조율하는 기분으로 아주 미세한 차이도 주의를 기울여 색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즉흥적인 표현에 따른 변수가 생기면 직관적으로 색상을 선택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녹턴시티》는 도시와 작가 사이 무언의 대화 한 장면이자, 뉴욕에 사는 이방인으로서의 낯선 시선이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선의 리듬과 색상의 화음은 관람자로 하여금 청각적 경험을 부여함과 동시에 21세기 시각 미술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모든 것이 멈춘듯한 고요한 ‘밤’, 윤협 작가가 들려주는 녹턴은 진정한 ‘도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