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 5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 5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4.03.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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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면단위 소재, 복합문화공간 초평갤러리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자연과 사람이 문화가 되는 곳, 생거진천

최근 가족중심의 여행과 캠핑이 늘어나다보니 휴일에는 도심뿐 아니라 야외 나들이 길로 주말정체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긴긴 코로나이후라 막히는 지방도로마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호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 충북, 생거진천으로 불리고 있는 곳. 하늘과 숲이 가까운 정스러운 마을, 진천문화에 대한 글이다. 필자가 처음 진천을 방문했을 때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환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잔잔한 호수와 푸른 숲 사이의 작은 오솔길을 걸으며 말없이 감동을 받았더랬다.

진천은 경기 남부 권으로 서울도심에서의 접근성이 좋아서 당일치기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다. 충북유형문화재 28호 농다리는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돌다리로 신비로운 천년의 자연을 머금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농다리이며 납작한 돌다리를 건너다보면 선조들의 지혜와 그네들의 소소한 삶이 느껴진다. 또 목조로 된 수변탐방로를 걸어보라. 진천초롱길과 하늘 다리, 초평호를 따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회복된다. 물론 탐방로에 서식하는 온갖 조류 등과 생태환경이 계절마다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 진천에는 한반도지형 전망공원, 농업기술과 문화가 복합된 진천 롤스퀘어가 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진천 종박물관 등이 위치하고 있다. 

진천군의 핫플레이스, 초평갤러리

자연과 문화와 사람이 잘 어우러진 곳만큼 편안한곳이 또 있을까? 올해 처음 개관한 문화복합공간 초평갤러리역시 겨울산행으로 유명한 두타산입구에 자리하여 온갖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충청북도 면단위의 작은 마을에 개관한 갤러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색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초평갤러리는 2024년 1월 개관을 하며 대한민국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회화, 조각, 공예, 설치작품 등을 작업하고 있는 전업 작가 23명을 초대했다. 대도시의 갤러리와는 다르게 관람객과 컬렉터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바가 아닐진대 이곳을 기획한 김학배대표와 신상근관장은 누구나 함께 즐기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진천군을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적 공간으로 계속 발전해나가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약속으로 개관 인사말을 대신했다.

진천군 초평읍의 문화복합공간으로 설계된 이곳은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러대의 드럼과 각종 밴드악기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방음이 설치된 연습실도 몇 개 보인다. 악기연습이 필요하거나 음악을 합주하고 싶은 이들의 꿈의 공간이 될 것 같다. 보통의 갤러리와는 다르게 시간예술과 공간예술의 오묘한 조화를 기대하게 한다. 한쪽공간에는 시골마을스럽게 펠렛난로가 차가운 계절의 운치와 정스러움을 더한다. 기부된 책과 영화음악 음반이 정리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자 2층 전시공간은 자연광이 가득하여 마치 조각, 설치작품등을 야외에 전시한 느낌이다. 바로 앞 두타산이 보이는 곳에 위치하여 사계절 자연을 그대로 흡수하는 듯 연출이 되니 필자역시 다음계절의 창밖도 궁금해진다. 개관전 찾아오는 관람객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하다.

성도들과 방문한 진천교회 김우종목사는 “문화가 소외될 수도 있는 이곳에 장르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큰 감동이다. 진천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작품판매 수익금 일부는 진천군 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하고자 하는 약속으로 갤러리는 시작되었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문화예술단체들과 협약하여 충북 진천군의 문화예술을 지키고 보존, 향유하며 기성작가의 작품을 발표하고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되는 초대 개인전을 정기적으로 유치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면 작가와 관객모두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양적으로 많은 작품을 전시하기 이전에 군민들의 요구를 읽고 그들의 눈과 발에 박자를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필자의 의견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큼 관객수의 발걸음과 감상의 태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악공연 및 미술전시의 향연은 좋으나 자칫하면 동네 사랑방을 넘어 무분별한 공연은 동네 학예회가 될수도 있고 전시는 재고로 쌓인 작품을 선보이고 작가에게 프로필 한줄 늘리는 곳으로만 전락할수도 있기 때문에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인만큼 작품을 알리고 상품성과 함께 매출을 올리는 고민도 해봐야한다. 계속 전시만 할것인가? 계속 공연만 할것인가? 이것은 지속성과 운영에 관련한 중요한 발언이다. 아무리 좋은 의미의 기획과 개관이라도 운영난을 겪는다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에 소외된 지역에서의 시공간인만큼 점차적으로 문화의 격을 올리고 진정성 있게 문화를 공급하고 수요자를 양성한다면 충북 진천군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이색적인 미술관으로 특별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개관전 이후의 차기 전시는 서양화가 엄윤희 작가의 <With you, Celebrate>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며 전시는 3월 31일까지이다. 

초평갤러리: 충북진천군 초평면 초평로 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