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 본연의 것이 가라앉지 않게
[Human Library] 본연의 것이 가라앉지 않게
  • 독립기획자 김효은
  • 승인 2024.03.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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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전시회

한 번쯤은 장을 보다가 진열돼 있는 제품 속에서 예술 작품을 발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유갑, 약 케이스, 그리고 라면 봉지 등 우리가 사용하고 소비하는 많은 물품에 어느샌가 예술 작품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또한 감각의 일부분을 느끼는 것 말고 오감을 모두 이용해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는 팝업 공간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이제는 흔한 풍경이다.

아트+마케팅=?

위 문단의 내용은 모두 판매하는 제품에 예술을 접목시켜 제품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아트 마케팅’의 사례로, MZ세대가 새로운 미술 향유층으로 떠오르는 현재에 기존보다 더욱 활발하게 활성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느새 아트슈머와 아트테크 등 문화(Art)와 단어를 엮은 다양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트VS마케팅

감각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브랜드에 흥미를 더해주는 아트 마케팅의 힘은 매력적이며, 이러한 점이 마케팅의 한 전략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트 마케팅을 예술과 경영 중 어느 분야로 보는 것이 맞을까? 사실 분야를 나누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마케팅을 통해 예술을 활성화하는 것인지, 혹은 예술을 통해 마케팅하고자 하는 것인지 우리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예술은 도구가 아니다

현재 아트 마케팅은 표리부동인 상태라고 생각한다. 예술 작품과 신진 작가, 아티스트 등 예술과 관련된 모든 방면에 있어서 포괄적인 부분을 확장하고 키우는 것. 그리고 고객 관리, 소비자 분석, 유행 파악에 힘을 쏟으며 결과를 중요시하고 관객을 고객과 소비자로 바라보는 것. 전자와 후자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며 허물어가고 있다. 여기서 만일 후자가 목적이라면 예술은 마케팅의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예술 시장의 활성화’라는 말도 억지로 꿰맞춘 퍼즐 같다.

예술=예술

예술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아트 마케팅과 예술을 소비한다는 아트슈머 등 예술에 대한 다양한 용어가 생겨나는 것처럼 앞으로의 예술 산업은 더욱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더욱 다양한 부분으로 세분화되고 전문적으로 퍼지는 모습이 앞으로의 예술 산업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넓어지는 예술 산업 속에서 우리는 현재에도 그 후에도 예술 본연의 것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 무엇이라도 예술이 단순히 수단으로써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