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수묵의 무대를 형형색색 수놓은 <코리아 이모션 情>
[공연리뷰] 수묵의 무대를 형형색색 수놓은 <코리아 이모션 情>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3.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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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情>은 국악 크로스오버와 발레를 융합한 작품이다. 발레 <심청>과 <발레 춘향>에 이어 유니버설발레단의 시그니처 레퍼토리로 비상하는 <코리아 이모션 情>은 발레 언어에 한국적 색채와 선율을 더한 작품으로 이번 2024년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발레단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으로 선정됐다.

▲Korea Emotion 中 강원 정선 아리랑 -ⓒ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Korea Emotion 中 강원 정선 아리랑 -ⓒ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이 작품은 지난 2021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식 초청작 <트리플 빌 Triple Bill>로 초연 당시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발췌한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 네 작품을 선보여 호평받은 이후 2023년 국악 연주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동해 랩소디>, <찬비가>, <달빛 유희>, 독일 재즈밴드 살타첼로의 <다솜 Ⅰ>, <다솜 Ⅱ> 등 5개의 새로운 작품들이 더해져 65분 길이로 확장됐다.

클래식 발레와 퓨전 국악을 합친 작품인 만큼 무용수의 몸짓은 클래식 발레에 기반을 두되, 한국 무용의 기초적인 동작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움직임이 도드라지는 무대를 선보였다. 클래식 발레에서는 몸을 정수리 쪽으로 길게 끌어올린 상태로 가장 가늘고 긴 선을 강조하며 움직였다. 

무대를 여는 <동해 랩소디>는 16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군무를 통해 한국인의 흥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어진 <달빛유희>에서 4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경기 도당굿의 6박 도살풀이장단에 맞춰 각자의 색을 담은 달빛을 무대에 그려냈다. 남성 4인무 <찬비가>는 앞선 무대와 대조되는 파워풀한 점프와 턴이 강조됐다.

다솜 ⅠㆍⅡ에서는 한국인만이 공유할 수 있는 정(情)이라는 단어의 온도를 잘 표현한 여성과 남성 2인무로 꾸며졌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드미 솔리스트 임선우는 부상으로 한동안 휴식기를 갖다 이번 공연으로 복귀를 알렸다. 다솜Ⅱ에서 그는 이전보다 더욱 안정감 있는 턴과 점프, 착지 그리고 깊어진 표현력으로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미리내길>은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안무들로 구성됐다. 허공을 가르는 팔,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리프트와 포물선을 그리듯 넘어가는 우아한 백 캄브레는 정(情)을 넘어 한(恨)의 정서를 느끼게 했다. 강민우와 홍향기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만큼, 안정적인 파드되를 선보이며 작품이 가지는 묵직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에 미학적 방점을 찍는 요소로 매번 의상을 꼽게 된다. 색감부터 천의 재질, 움직임을 돋보이게 하는 만듦새까지, 한 번도 아쉬운 적이 없던 이 무용단의 의상은 한국적 소재를 다루는 극에서 특히 그 진가를 발휘하는 듯하다. 

수묵화와 같이 단순하고 투박한 무대 배경 위로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며 무대는 화려한 색채로 물들게 된다. 무용수가 움직이는 대로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흔들리는 옷감들은 <코리아 이모션 情>에 발레라는 장르 속 묻어 있는 우리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게 돕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아니었을까. 

한편, 유니버설발레단은 남은 올해 ‘로미오와 줄리엣’(5월), ‘더 발레리나’(6월), ‘라 바야데르’(9월), ‘호두까기인형’(12월)으로 찾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