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객석으로 관람 장벽 낮추다…국립극단 <스카팽> 내달 개막
열린 객석으로 관람 장벽 낮추다…국립극단 <스카팽> 내달 개막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3.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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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5.6,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계급사회의 전복을 외치는 17세기 작품이 갑질과 부조리의 21세기 시대상에 통쾌한 일침을 가한다.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직무대행 오현실)의 대표 레퍼토리 <스카팽 Les Fourberies de Scapin>이 귀환한다. 국립극단은 오는 4월 12일부터 5월 6일까지 몰리에르 원작, 임도완 연출의 <스카팽>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극단 <스카팽> 공연 사진
▲국립극단 <스카팽> 공연 사진

<스카팽>은 프랑스가 낳은 세기의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가 쓴 <스카팽의 간계 Les Fourberies de Scapin>를 원작으로 2019년 국립극단에서 제작 초연했다. 당시 관객의 압도적인 찬사와 더불어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9 올해의 공연 베스트 7, 제56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관객들의 상연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 쇄도로 2020년, 2022년 재연을 거쳐 올해 관객과의 네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스카팽> 공연 전 회차를 진행한다. 릴랙스드 퍼포먼스는 자폐나 발달 장애인,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여건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모든 사람을 위해 극장의 환경을 조절한 공연을 뜻한다. 조명의 빛이나 음향의 소리 등 감각 자극을 완화하고 공연 관람 중 자극에 반응하여 발생하는 소리 또는 움직임이 공연을 즐기는데 장벽이 되지 않도록 공연장을 관리하고 운영한다.

열린 객석 <스카팽>은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공연 중간에도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관객이 소리를 내거나 좌석 내에서 몸을 뒤척여 움직일 경우에도 제지를 최소화한다. 극장 환경에 관객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객석 입장 시간을 앞당기고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한다. 관객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애착 인형 등도 소지 가능하다. 

극장 로비도 관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손 내민다. 명동예술극장 4층 로비에 마련된 관객 휴식 공간은 공연 전후뿐만이 아니라 공연 중에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극의 내용이나 대사의 즉각적인 인지와 소화가 어려운 관객은 1층 로비에서 먼저 대본을 열람할 수도 있으며, 텍스트 기반이 아닌 아이콘 등으로 시각화된 이미지의 공연 자료를 사전 제공한다. 1층 로비에 무대 모형을 설치해 터치투어를 진행하며 함께 설치된 QR코드로 공연에 대한 음성 가이드도 청취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관객 등을 위해 공연 소개 전단에도 점자를 입혔다.

김수현 국립극단 하우스 매니저는 열린 객석 운영에 대해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스카팽>인 만큼 공연을 즐기는 데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립극단의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들도 초연 이래 최초 시도인 열린 객석에 응원을 표하며 관객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국립극단 <스카팽> 공연 사진
▲국립극단 <스카팽> 공연 사진

2019년 초연부터 ‘스카팽’ 역을 맡아 온 이중현 배우는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등이 켜져 있다고 해서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객과의 함께 하는 호흡과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녹아든 관객들의 표정과 몸짓이 보이면 배우들도 극 속에서 더욱 자유롭고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스카팽>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인적 극작가 몰리에르가 쓴 희곡이다.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하고,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몰리에르가 있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프랑스와 세계 연극사를 대표하는 극작가다. 몰리에르는 <스카팽>을 비롯해 특유의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담은 <동 주앙>, <인간 혐오자>, <수전노> 등의 대표작으로 그전까지 연극에서 비극의 작품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희극 장르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극은 매력적인 캐릭터 ‘스카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하인 ’스카팽’이 두 집안의 정략결혼에 맞서 두 쌍의 연인들이 진짜 사랑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준다. 재벌인 ’아르강뜨’와 ’제롱뜨’가 자녀의 정략결혼을 결정하고 여행을 떠난 사이 그들의 자녀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눈이 먼 연인들은 하인 ‘스카팽’에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쟁취할 방안에 대해 도움을 청하는데 이때 사심을 곁들인 ‘스카팽’의 작전이 시작된다. 거듭되는 우연으로 결국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는 희극적 상황 속에서 익살스러운 ‘스카팽’이 펼치는 활약에 깃드는 번뜩이는 재치와 입체적인 움직임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음악의 변화도 흥미롭다. 이전 시즌에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던 타악기 대신 현악기의 라이브 연주로 공연의 감각적인 미장센에 힘을 더했다. 특히 극의 처음과 끝에 등장인물 모두가 직접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 <내 사랑, 내 친구 Mon amour, mon ami>는 엉뚱하고 직선적인 가사와 단순하지만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연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나 어린이 관객도 즐겁게 몰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특징 중 하나로 등장인물의 전형성을 표현하는 과장되고 생기로운 의상과 분장 역시 놓칠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초연부터 빠짐없이 함께 해온 이중현(스카팽役), 성원(몰리에르役), 박경주(실베스트르役), 이호철(옥따브役)은 이번 시즌에도 함께 하여 관객의 유머코드를 적중하고, 안창현(레앙드르役), 문예주(아르강뜨/네린느役), 이혜미(아르강뜨/네린느役)가 능청스럽고 노련한 연기를 더한다. 이다혜(이아상뜨役), 정다연(제르비네뜨役), 이후징(제롱뜨役)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은 새롭고 산뜻한 코미디 연기로 객석에 웃음바다를 선물할 예정이다.

전 회차 열린 객석 운영과 더불어 국립극단은 소외 없는 문화 향유의 기회 제공과 관람 장벽을 낮추고자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접근성 회차를 운영한다. 수어통역사들이 배우의 동선을 따라다니면서 그림자 수어통역을 진행하는 한국수어통역과 음성해설, 한글자막, 이동지원 등이 지원된다. 한편 4월 21일 공연 종료 후에는 임도완 연출과 출연 배우 전원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다.

명동예술극장(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지역 순회공연으로 안동문화예술의전당(5월 16일~17일), 경남문화예술회관(5월 24일~25일), 군포문화예술회관(5월 31일~6월 1일), 하남문화예술회관(6월 7일~8일)을 찾는다. 열린 객석 <스카팽>은 오는 13일부터 국립극단과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국립극단 유료회원이라면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11일부터 앞선 예매가 가능하다.(문의 1644-2003/3만원~6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