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장 “문화예술로 행복한 고객, 기업 발전 이끈다”
[현장스케치]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장 “문화예술로 행복한 고객, 기업 발전 이끈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3.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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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의 예술지원 기폭제인 '매칭펀드’ 예산 확대 절실”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윤영달 신임 한국메세나협회장이 “메세나는 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라며 기업과 예술 간의 강한 유대를 강조했다. 

▲윤영달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
▲윤영달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

한국메세나협회는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 윤영달 회장은 “전임 회장들이 기반을 훌륭하게 닦아놓은 메세나 협회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예술 장르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통음악의 활성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라고 밝혔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국악 사랑은 20년이 넘었다. ‘우리 소리’의 독창성을 구체화하고자 명인·명창들과 뜻을 모아 ‘국악’의 새로운 이름으로 ‘한음(한국 음악)’을 만들었을 정도.

국악에 빠지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회장은 “고객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던 차에 우연히 국악을 접했다. 이에, 예술과 연계해 고객을 즐겁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았던 터라, 예술 전반을 다 다룰 순 없으니 음악에서는 국악, 미술에서는 조각, 문학에서는 시를 택하기로 했다”라며 “국악만으로도 사실 굉장히 방대해서 우리 힘만으로는 어렵다. 우리(크라운해태)는 현재 국악 영재 발굴과 인재 양성에 주로 힘을 쏟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국악 정명 운동에도 큰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윤영달 회장은 “국악은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국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정명운동이라고 해서 좋은 이름을 찾았는데, 그 결과가 '한악'이었다. 그러나 '악'(樂)이란 발음 대신 '음'(音)이 더 좋았다. 그래서 '영재국악회'도 '영재한음회'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음 영재들을 발굴하기 위해 매주 열리는 ‘영재한음회’는 지난해 11월 200회를 맞이했으며, 지리적·경제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아동들과 함께하는 ‘한음캠프’도 11년 차에 이르렀다. 2004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창신제’는 국내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전통음악 공연 중 최대 규모이다. 또한 남산한옥마을에 위치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은 2017년 크라운해태제과의 전적인 후원으로 노후 설비를 교체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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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달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

한편, 협회의 예술 지원 분야 가운데 음악, 미술 분야와 비교해 연극 분야는 지원이 소홀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윤 회장은 “메세나의 주 사업은 ‘매칭펀드’다. 메세나가 어느 분야를 특정하여 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메세나는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 및 재생산 한다고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좋은 사회를 위해 좋은 예술은 꼭 필요하다. 메세나는 기업과 예술을 끈끈하게 연결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전반적인 분야를 지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정 분야를 선택해 관계를 맺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연극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협회가 함께 독려하고 살피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윤영달 회장은 기업에게 왜 예술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고객이 없는 기업은 없다. 고객이 행복해야 기업도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문화예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문화는 문화예술로 바꿀 수 있다”라며 “기업의 1차 고객은 직원이다. 예술이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고, 이것은 고객의 행복과 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신념은 아트 경영으로 이어졌다. 윤 회장은 “우리 직원들이 영업점 점주들과 가족을 공연에 초청하며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시(時)와 조각을 통해 예술적 안목을 키우며 좋은 신제품까지 만드는 것을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직원이 행복하니 기업 성과도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 회장은 한국메세나협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의 정부지원 예산이 감소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문예진흥기금을 추가 지원하는 해당 사업의 누적 매칭 건수는 1,937건으로 약 527억 원이 예술계에 지원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 축소돼 기업과 예술계 안팎의 예산증액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윤 회장은 “매칭펀드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업으로 정부기금 투입 대비 기업지원금이 3배 이상 지원됐고, 이는 사회적 효과를 감안할 때 백배 천배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라며 “예술 발전을 위한 메가톤급 효과를 지닌 매칭펀드 예산 증액이 시급한 사항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2012년부터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을 맡아온 윤영달 회장은 지난 2월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윤 회장은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서울오픈아트페어 조직위원장, 한국예술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문화예술 분야후원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2011), 메세나대상 문화공헌상(2013), 메세나대상 메세나인상(2016)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