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Super Future Kid 개인전 《Sternenstaub : Stardust》
가나아트, Super Future Kid 개인전 《Sternenstaub : Stardust》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3.13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14, 가나아트 나인원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청록색과 네온 핑크를 병치하는 과감하고 화려한 색채의 사용, 장난기 가득한 캐릭터와 초현실적인 배경까지. 가나아트는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슈퍼 퓨처 키드(Super Future Kid, b. 1981-)의 개인전 《Sternenstaub : Stardust》를 개최한다. 작가는 작년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그룹전 《Narrative Alters》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바 있으며, 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신작 회화 7점을 공개한다.

▲Super Future Kid, Alpha Centauri (사진=가나아트)
▲Super Future Kid, Alpha Centauri (사진=가나아트)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의 동독에서 태어난 슈퍼 퓨처 키드는 통일 이후 서독에서 유입된 비디오 게임, 음악, 초기 인터넷, 장난감과 같은 대중문화의 산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을 선보이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슈퍼 퓨처 키드의 작업은 20세기 후반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캐릭터를 통해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이에 공상과학 만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더함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그의 독특한 화풍은 작가의 유년 시절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 되어있다. 공산주의 체제하의 동독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9년,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목격했다. 통일 이후 갑자기 쏟아진 신기술과 형형색색 소비문화의 산물은 현재까지 그의 작업에 중요한 영감으로 작용한다. 

그는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인물을 콜라주한 뒤, 이를 변형한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 대중매체에서 사용되는 현란한 색상과 만화적 유희를 가미한 캐릭터가 눈에 띄는 그의 작품은 미국 팝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Kenny Scharf, b. 1958-)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Sagittarius A Star
▲Super Future Kid, Sagittarius A Star (사진=가나아트)

최근 그는 레퍼런스를 적극 활용하던 기존 작업방식에 한계를 느껴, 유년의 기억을 시각화 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 간의 관계 및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도구로서 캔버스를 마주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신작에서 그는 '인간' 그 자체가 가지는 가치 및 의미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슈테른슈타우브(Sternenstaub),’ 독일어로 ‘별먼지(stardust)’를 뜻하는 본 개인전의 제목처럼 작가의 신작은 우주의 기본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별먼지’ 개념에서 시작됐다. “생물, 건물, 산, 심지어 별까지 모든 것이 언젠가는 부서지고 무너진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모든 개체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결국 우주를 구성하는 별먼지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 이번 신작의 근간에 깔린 작가의 생각이다.

그의 신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이 가고 부서진 콘크리트의 몸을 가진 인간의 형상이다. 뼈와 살을 가진 인간다운 육체가 아닌 불완전한 콘크리트로 이뤄진 몸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육신이 지닌 취약함과 유한함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육체를 가졌음에도, 작가가 그려낸 인간은 침착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활을 쏘고, 산책을 하는 등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슈퍼 퓨처 키드는 작업을 통해 필멸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삶의 가치,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되려 삶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신체의 능력을 증강하고, 수명을 연장하거나 디지털 세상의 삶을 사는 등 인류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정체성의 흔들림을 경험한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휴먼과 포스트 휴먼, 삶과 죽음, 살과 콘크리트 사이의 구분이 해체되는 현재, 이번 전시가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해 보는 유효한 실천임과 동시에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