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작가의 ‘아날로그 감성’…시 같은 ‘작은 위로’ 전하는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시에 봄 학기를 맞은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카게에(그림자회화)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대형 개인전 《오사카 파노라마展》다. 전시는 오는 4월 7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오사카 파노라마’라는 타이틀은 후지시로 세이지의 80여년에 걸친 작품 활동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사카의 풍경을 담은 스케치 작품 <오사카 파노라마>를 비롯해, 6m가 넘는 대형 타워작품과 시기별 그의 대표작 200여 점을 선보인다.
후지시로는 이른 나이에 이미 일본의 독립미술협회전, 국화회전, 춘양회전, 신제작파전 등 미술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신예 작가였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카게에에 전념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그의 작품은 인문학적 주제는 물론, 일본의 사회적 변화, 자연 풍경과 재해 등 다양한 변화상을 오롯이 투영한다는 점에서, 20세기~21세기에 걸친 일본 문화와 역사의 기록과도 같다.
디지털 홍수 속 인간중심적인 아날로그 감성이 더욱 절실한 요즘, 한 청소년 관람객은 “카게에의 섬세한 기법과 색채의 찬란함이 놀라웠고, 새로운 장르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 관계자는 “동화 속 세계처럼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 의식과 장인정신에 감동을 받았다”라고 전하며, “후지시로의 폭넓은 인문학적 감수성이 카게에라는 감각적인 표현기법이 어우러진 독특한 전시였다”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소재로 한 <첼로 켜는 고슈>, <은하철도의 밤>, <달밤의 전봇대>와, 세계의 민담을 다룬 <세 개의 오렌지>, <주머니쥐의 꼬리털>, <난쟁이의 이사> 연작 등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 일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도 선보인다.
전시 관계자는 “고도성장기 일본 대중문화예술 발전의 중심에는 후지시로 세이지가 있었다”라며, 후지시로 세이지가 한평생 천착해온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에는 한·일 관계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는 작가로서의 바람과 인류에게 전하는 교훈이 있다”고 밝혔다.
《오사카 파노라마展》을 자세하게 기록한 현장스케치 기사는 서울문화투데이 전시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