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목판 관계성에 주목…성북구립미술관, 《유근택: 오직 한 사람》展
동양화·목판 관계성에 주목…성북구립미술관, 《유근택: 오직 한 사람》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4.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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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6.23, 성북구립미술관
최신작 포함 회화, 목판, 드로잉 등 160여 점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2003년부터 20여 년간 성북동에 거주하며, 성북을 작품의 배경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작가가 있다. 유근택(柳根澤, 1965-)이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오는 25일부터 6월 23일까지 유근택과 함께 2024년 기획전시 《유근택: 오직 한 사람》을 개최한다. 

▲유근택 작가
▲유근택 작가

이번 전시는 동양화와 목판의 관계성에 주목해 유근택의 목판에 관한 작업관과 그 세계를 조명하는 첫 전시로, 성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 연구의 목적으로 기획됐다.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초기 작품부터 2024년 최신작까지, 시기별 상징적인 주요 목판 작품(목판 원판, 목판화, 목판을 파내고 나온 나무 부스러기로 다시 만든 오브제 등) 140여 점을 포함해 성북의 풍경을 만끽하게 하는 300호 이상의 대형 신작 시리즈, 그리고 미발표 작업을 포함한 15점의 회화 작품등을 소개한다.
 
사소한 일상의 장면을 다루며 현시대의 단상을 심도 있게 담아온 유근택의 작품은 인간에 관해 성찰하게 한다. 사람은 오롯이 한 사람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과 공기와 시간과 시대 가운데 이 모든 것을 담고 사는 그릇과도 같다. 일상의 사물, 자연과 도시의 모습, 가족과 주변의 사람, 그리고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 파도의 물결까지 하나하나의 장면을 담고 산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든, 오도카니 서있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상상했다. 풍경에서부터 가족과 사람들, 그리고 인간의 심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적 단면이 담긴 유근택의 작품을 통해 세대와 세대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한 사람’의 생애와 이를 둘러싼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근택, 말하는 정원, 2019, 한지에 수묵채색, 148X270cm
▲유근택, 말하는 정원, 2019, 한지에 수묵채색, 148X270cm

당신의 계절: 땅 위에 서서

전시는 총 2 파트로 구성된다. 제 1전시실에서는 유근택이 20여년 간 성북동에 거주하며 유근택이 만난 장면들을, 제 2 전시실에서는 회화와 목판의 치밀한 관계 속 명암이 빚어낸 ‘조각적 드로잉’들을 소개한다.

제 1 전시실에서는 <비>, <눈-내가 온 길>, <말하는 정원>, <봄, 세상의 시작>, <풍경> 연작 등 계절의 변화에 따른 성북동 일대 풍경을 그린 대형 신작과 미공개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20여년 간 성북동에 거주하며 성곽에서, 성북천을 걸으며, 창 밖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을 담았다. 시간이 마른 땅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단정히 열매를 내놓는 계절을 향해 갈 때, 작가의 시선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서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사물에 닿아 있다. 자연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생명력, 사물의 형태에서 오는 기묘함, 순환하는 땅과 시간에 관하여 이를 목도하며 그 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의 시선을 담담히 담는다.

▲두 개의 나, 2017, 목판에 채색
▲두 개의 나, 2017, 목판에 채색

나무의 방: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제 2 전시실에는  수십 년 동안 작업해 온 수백 점의 목판 작업들 중 활동 시기별 중요하고 상징적인 주요 작품을 선별해 전시한다. 유근택의 목판에 관한 작업관과 그 세계를 조명하는 첫 전시로써, 칼과 나무를 사용해 그리고, 세우고, 붙여 나간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987년 초기작인 <초상화>부터 할머니, 아들과 아내를 포함한 가족사, 인간의 가장 내밀한 표정을 담은 모습들과 사회사적인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감정과 기묘한 표정들, 주변의 마을 풍경과 정물, 성북동 창 너머의 장면들까지. 평면을 너머 공간적이고 물질적인 개념으로 확장된 유근택의 목판은 ‘흑과 백’의 조형적 시도 가운데, 회화와의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조각적 드로잉으로써 관객 앞에 선다.

성북구립미술관 관계자는 “유근택의 작품은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했을 보편의 정서를 들여다보게 하며 시대정신을 묻게 한다”라며,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속, 익숙함 가운데 낯설음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을 따라 생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