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우아한 세계'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우아한 세계'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2.25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웃어라, 아버지니까

<우아한 세계> 강인구(송강호 분)는 조직 폭력배 중간보스 이며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경제적으로 서민 아버지, 부끄러운 아버지가 죽었으면 하는 딸을 가진, 추억을 공유한 오래된 조폭 친구와 시시껄렁한 대화나 나누는 남자이다.

강인구가 바라는 우아한 세계는 아파트 재건축 큰건으로 전원 주택으로 옮겨 가 아내와 딸에게 그럴듯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 소망은 이루어지나 결국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가족들은 그가 만든 우아한 세계를 모두 외면한다. 넓은집에서 혼자 라면을 먹다 캐나다에 사는 아내와 자식들 영상이 담긴 비디오를 보다가  서러운 마음에  ‘내가 뭘 잘못했다고..’중얼거리며 라면 그릇을 집어던지는 장면은 최고이다.

<우아한 세계>는 2007년 청룡 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수상, 한국 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광고 음악의 대가 칸노 요코가 음악을 맡아 여러 영화제 후보에 올랐다. 실제 <우아한 세계>는 음악적 부드러움과 우아함 때문에 격조있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적 줄거리는 장르적 성격으로 보면 액션 느와르이다. 프랑스말로 느와르는 검은색인데 범죄 영화를 일컫는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갖는 특징들이 의리와 배신, 복수에 얼킨 비장미, 슬픔과 폭력에 뒤이은 분노가 대부분인데 <우아한 세계>의 특징은 플롯의 형식은 범죄 집단의 알력과 배신, 살인은  비슷하지만 송강호의 사실적 대사들로 인해 오히려 영화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먹고 사는 문제, 정글 같은 세상을 어떤 방법으로 사느냐의 문제, 어떻게 살 건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산다고 한다. ‘내가 누구땜에 사는데’, ‘ 우리 때문이라고 생각해?’, ‘ 내가 어떻게 살아온 거 다 알면서 당신까지 이러면 안돼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의 대화이다. 가족을 위해 자기 희생을 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적 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가족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소외되는 현대인을 말하고자 한다.

개봉당시 흥행은 물론 영화 인지도에서도 관심밖이었는데 아쉬운 면이 크다. 송강호 연기는 이미 <괴물><살인의 추억><밀양>에서 보여주는 리얼리티 연기를 넘어 개인적 삶과 연기의 경계선이 없어 보인다.  강동원과 연기한 최신작 <의형제>에서 반복되는 비슷한 캐릭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가 갖고 있는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에너지는 <우아한 세계>를 따라 갈 수 없다.

 <우아한 세계>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연애의 목적>으로 청룡영화상 각본상을 받은 시나리오와 연출이 동시 가능한 역량 있는 사람이다. 정지된 화면찍기 보다 핸드 핼드 카메라로 배우들 사이를 오가며 그들이 뱉어내는 대사들을 살아있게 만들고 진실보다 사실의 문제에 더 애정을 쏟는 감독이다.

2006, 한재림 감독, 한국, 액션느와르 

황현옥 영화평론가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