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문화정체성
관광과 문화정체성
  • 이윤희(서일대학 민족문화과 교수)
  • 승인 2010.03.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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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지키고 가꾸고 전승시켜야 그 힘이 발휘되는 것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인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있다. "문화발전 없이는 경제발전 없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부의 창출의 원천이 지식과 문화창조력이고, 문화의 가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인류는 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위상에 대하여 가장 멋진 말은 대니얼 패트릭 모히니언의 “사회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이다."라는 말일 것이다. '문화'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사회의 지적, 예술, 문학적 결과물, 즉 고등문화를 가리키기도 한다. 인류학자들 가운데는 문화란 사회의 전체적인 생활방식이라고 풀이한다.

  즉 한 사회의 가치, 실천, 상징, 제도, 인간관계 등이 모두 문화 속에 함유된다는 것이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하여 사람들은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우리정부도 문화의 중요성을 늦게나마 발견하고 문화예산을 늘리고 문화정책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듯하다.

   경인년 일월 제주도에서 새벽 일찍이 숙소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새벽바다는 잔잔하고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였다. 아련히 멀리 펼쳐진 바다는 한없이 나를 유혹하고 나는 때때로 생각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 ‘발리 섬??과 제주도를 견주어 보았다.

   서양각국의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찿는 곳, 그들은 열심히 일해서 저축한 돈을 발리에 찿아와 한 달, 두 달씩 장기투숙하고 재충전하며 한가롭고 느긋하게 독서하며 보낸다. 왜 우리나라에 찿아온 외국인 내지 관광객들은 발리에서처럼 상당기간 휴식을 위해 머무르지 않고 몇 군데 들린 후 빨리 떠나 버리는 것일까?

   제주도엔 정부가 한국관광공사로 하여금 한라산 국립공원, 천지연 폭포, 정방폭포, 외돌개, 돈내코 등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빼어난 중문동, 색달동, 대포동 일원 108만평을 개발토록 하여 조성된 중문관광단지가 있다. 관광호텔, 국제컨벤션쎈타, 마리나, 테마파크, 상가, 중문 골프장도 만들어져 있다.

   필자가 한국관광공사 이사로 일할 당시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PGA세계골프선수권대회를 한국에 유치한 적이 있다. US프로선수권대회라고하는 PGA는 마스터즈 골프대회, US오픈골프선수권대회, 전영오픈골프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4대 메이저대회에 속한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바다와 야자수와 푸른 잔디가 어우러져 있는 중문골프장의 이국적인 정취에 취하여 즐거워하며 다시 오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제주도엔 관광자원으로서 갖추어야하는 최고의 가치인 독특한 자연환경이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로 자리하고 있다. 새롭게 더마파크, 새연교, 용두암, 해안도로, 잠수함승선, 14개의 올레길 등이 관광자원에 추가되고 있었다.

   제주도가 발리처럼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서는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는 기본요건이다. 더 많은 볼거리, 다양한 먹거리, 중저가의 호텔및 리조트는 필수이다. 아마도 이러한 면들은 점차 개발이든, 복원이든 나아질 것이다. 필요에 의해 조금만 ‘발리여행' 경험을 적기로 한다.

   발리에 도착 즉시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운치 있는 무엇인가 이곳에서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게 하였다.

   밀폐된 서양식 호텔이 아니고 일렬로 늘어선 방은 복도로 난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복도는 밖으로 트여있어 가꾸어진 정원과 1층의 테니스장, 태양과 하늘빛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전망이 좋고 인도네시아 건축양식에 원목으로 지어져 있다. 검은 주홍색 기와에 흰벽과 연주홍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롱과 크리스 댄스, 금, 은, 세공조각품, 활화산과 바투루 호수, 예술마을 우부드, 등 다양하게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목재조각수준은 경이로웠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힌두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온갖 조각품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방대하게 진열되어 있다. 

   발리 그림의 원산지는 끄르궁 까마산 부근이다. 그러나 찬찬히 관찰하면 이 조그만 마을이 여전히 발리문화의 숨결을 고이 간직한 보물창고임에 틀림없다. 

   1900년대 초 네델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점령해 버렸지만 오직 발리만을 점령하지 못하고 돌아 설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정신적인 힘이 서려있는 이 땅의 후손들이 오늘도 발리의 색깔, 발리의 전통 춤, 발리의 조각품을 다듬어 내기에 지칠 줄 모르고 있다.

   발리에는 분명 독특하고 신비한 문화가 살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호텔에도 집안에도 문 앞에도 상점에도 산에도 어디를 가나 사당이 있고 신을 모시는 사원이 있다. 어디서나 기원하는 발리 여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신화가 살아있는 섬이 바로 발리이다.

  자연에 대한 믿음과 힌두교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된 제의식들이 발리의 문화가 되고 예술이 되어 오늘에 이르지 않았겠는가. 자연적으로 창조적인 발리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종교적 목적을 위해 그들의 재능을 발휘해 왔으며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은 대부분 『마하바라타』와『라마야나』등의 힌두 서사시에서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인도네시아 전체가 모슬렘의 지배하에 떨어질 때도 발리는 힌두교를 지켰고 우부드 사람들의 정신력은 그들만의 믿음과 의식을 만들어 갔고 그러한 바탕이 그들만의 문화와 예술을 지켜가게 하는 힘이 아니겠는가.    
     
   나는 ‘제주도'가 천혜의 탁월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발리'처럼 유인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제주도엔 문화의 힘이 부재중이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문화는 지키고 가꾸고 전승시켜야 그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