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생각 뿐"- 이상설 종로구청장 예비후보를 만나다
"종로 생각 뿐"- 이상설 종로구청장 예비후보를 만나다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3.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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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심장, 종로는 ‘역사문화도시’로서 위상을 회복해야 할 때”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그 속담, 이상설 종로구청장 예비후보(민주당)를 만나고 느낀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그랬다. 그는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을 비롯해 서인사행정과장,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중구청, 종로구청, 노원구청 등에 두루 재직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6.2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자 종로구 부구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종로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문화구청장'을 꿈꾸고 있다는 그는 종로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별로 어떻게 종로를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플랜을 이미 짜놓은 상태였다.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한 명의 관광객 유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문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창신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설 예비후보, 그가 그리고 있는 종로의 청사진을 만나보자.

- 오랜 공직생활을 접고,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려 한다.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지난 35년간의 공직생활, 짧은 시간은 아니다. 여러 구청을 두루 다니면서 행정을 해왔지만, 종로는 내게 특별했다. 한마디로 종로는 보물덩어리다. 서울을 대한민국의 심장이라고 말하는데, 종로는 곧 서울이다. 이제는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회복해야 할 때다.

그동안 종로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맥맥히 이어온 선비 정신이 개발 논리에 의해 묻혀 있었다. 땅 속에 묻혀있는 우리 선조들의 삶, 그 자체를 개발해야 한다.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청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구민들과 함께 통합해야 그 큰일을 해낼 수 있다. 종로는 일개 지방자치단체로 머물 곳이 아니라 세계 속의 종로로 육성시켜야 한다.

다른 하나는 직업공무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공무원들은 시민들에게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알다시피 행정은 계량화 할 수 없다. 공무원의 잘못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은 바로 본인 자신과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다. 관리자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예산, 인사관리부터 공무원들의 생리를 소상히 알아야 한다. 그들의 잠재능력을 키워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종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역사문화의 현장 복원이 우선

- 지금 종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서 말했듯이 역사문화의 현장 복원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정도전 터’하면 그냥 표석만 덩그러니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유품과 정신을 함께 전시해 미니 박물관으로 꾸며야 한다. 이제는 가시적인 부분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서로 생각하고 나눠야 한다. 또한 현재 종로는 구석구석마다 무엇이 묻혀 있고,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확인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사를 통해 ‘도시역사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 구민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당장 피부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역사정신과 발자취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필요하다. 세계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경제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있다. 흔히 정보화 시대의 핵심은 컴퓨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인재 양성이다. 학문적으로 키워내는 단편적인 인재 양성이 아닌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종로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돼 인재를 키워낼 것이다. 고유문화를 개발해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도 있고 말이다.

시민에게는 자긍심을, 외국인에게는 진정한 한국의 모습을

- 이미 종로는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앞으로의 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간단히 말하자면 관광객들이 제대로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디서든 판매하는 상품을 팔아서는 더 이상 이윤을 남길 수 없다. 제대로 된 상품을 개발, 제작해 수익을 내야한다. 홈스테이 사업도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500가구만 동참해도 대형 호텔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한옥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부암・평창 지역은 주거환경이 좋기 때문에 관련 지원 법령을 만들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은 홈스테이를 하는 외국관광객들을 통해 세계화될 수 있고, 자긍심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인들 또한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진정한 한국을 만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대표 관광국으로서 성장하는 초석을 다질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 종로구의 지역별 발전을 위해 어떤 계획을 구상하고 있나.

종로는 대표 관광도시인 만큼 상권 개발이 필요하다. 종로3가부터 종로5가에 이르는 귀금속 상가는 주얼리 클러스터를 구성해 활성화시킨다. 귀금속은 고가의 상품이니 믿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이 어느 상가에서 구매하든 믿을 수 있는 책임판매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동대문 의류상가의 경우는 배후지가 창신, 수인 지역의 영세 봉제 업체들이다. 그들은 별도로 단지를 조성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도 상권화 돼있는 문구, 어류, 신발, 조류 상가 등의 상권을 보호하고, 개발해야 한다.

- 현재 한진그룹으로 넘어간 구 미 대사관저의 공원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듯 보인다.

종로 유동 인구를 250만에서 300만으로 보고 있다. 요즘 북촌과 삼청동은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민에게 쉴 공간을 제공할 만한 공간을 찾다보니, 유일하게 송현동 미 대사관저 부지 11,000평이 남아 있었다. 알아보니 현재 한진그룹이 그 부지를 인수해 7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호텔을 짓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미 대사관저 위치는 인사동, 경복궁, 북촌, 창경궁으로 이어지는 관광 핵심 지역이기 때문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이유로 종로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관광버스 주차 역시 부지 지하에 주차장을 설치한다면 주차 문제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무원 개혁, 집행자에서 민원인의 입장으로

- 공무원 개혁도 계획 중 하나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적으로 공무원들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 현재까지는 집행자로서의 권위를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민원인들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령과 맞서야 한다. 그래야 구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국가를 바로 볼 수 있는 시선이 생긴다. 아무리 변화, 개혁을 외쳐도 자신이 서있는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법을 등에 지고 법의 잣대로 민원을 대하던 자세에서 고통 받고 억울한 구민의 입장이 돼야 한다. 법의 문제점-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하려는 자세로 말이다.

공무원의 책임 문제는 민원처리를 공개적으로 처리하면 문제없다. 민원심사 제도의 확대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현장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사실 국민들의 고충을 덜기 위한 시스템이지 않은가. 그 기능을 자치구에도 적용, 도입해야 한다. 책임을 지우는 것이야 말로 공직사회의 풍토를 바꿀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비롯해 강북구 부구청장, 종로구 부구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과 아쉬움이 남는 순간은 각각 언제인가.

서울시 인사행정과장으로 재직할 때다. 지금도 많은 공무원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e-인사마당’을 만들었다. 그 시스템을 이용하면 공무원들은 자신이 무슨 업무를 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업무량이 개량화돼 있어 누가 일을 얼마나 했는지 알 수 있다. 업무를 권장하는 시스템이랄까.(웃음) 서열을 알 수 있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시정개혁단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재택근무를 추진했다. 전자정부가 되면서 재택근무를 통해 교통문제도 해소하고, 직원들에게는 생활적인 여유를 제공하고자 연구했다. 아쉽게도 시기상조였는지 확산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 본선도 본선이지만 이번 선거는 예선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오랜 시간 준비해온 후보들이 상당하다. 다른 후보들과 경쟁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연아 선수를 예로 들겠다. 그는 세계적인 피겨 여왕이 됐다, 만약 그가 스케이트를 벗고 골프화를 신는다면 세계 프로골퍼가 될 것인가. 이제는 프로의 시대다.

누구보다 오랜 행정경험을 통해 본질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 구 자체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는 시와 정부의 도움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와 정부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인적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주요 보직에 머무르며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 기관장의 리더십 등이 함께 할 때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리더에게 창의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창의성이 어떻게 길러진다고 생각하나. 하늘에서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본질을 이해하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어야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아이디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내는 것은 아니라 모든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그 상황에 알맞고 필요한 기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 인프라 구축이 종로다운 ‘종로’ 만든다

- ‘문화=경제(Cultureconomics)’가 대세다. 문화를 어떻게 경제에 접목시킬 것인가.

대세는 생산경제보다 관광경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해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한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문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종로다운 종로를 만드는 것이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평창-부암 지역은 ‘아트 빌리지’로 조성하고 싶다. 인왕산과 북악산, 낙산 일대는 그랜드파크로 검토해 시민들의 친근한 명소로 만들고 싶다. 자연보호 역시 생산적 자연보호가 됐으면 한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관광산업의 경우 낙산은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야간전망대의 설치와 접근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비탈길이다. 얼마 전 폭설이 내렸을 때,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근하는 주민을 봤다. 참고로 부암동에 사는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종로는 비탈길이 많은 만큼 구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고민하겠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구석구석까지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할 차례다. 본인이 생각하는 구청장상은 어떤 모습인가.

내가 생각하는 구청장은 책임지는 관리자다. 1,300명의 직원과 300억의 예산을 가지고 살기 좋은 문화도시, 종로를 만들어 구민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책무를 지닌 책임자다.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그 순간 책임을 부여받지 않는가. 모든 일의 책임을 지는 사람, 구정을 보살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구청장의 진정한 모습이다.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정리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

이상설

서울 성남 중.고등학교 졸업
육군사관학교 31기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재학 중

종로구 부구청장
시정개혁단 단장
서울시청 인사행정과장/재산관리과장/버스관리과장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도봉구청/동작구청/중구청/노원구청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