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시스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시스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3.24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질 수 없어 더 아름다운 사랑

 <브로큰 임브레이시스>를 부서진 포옹으로 해석한다면 제목이 갖는 뉘앙스만으로 영화를 대충 예측할 수 있다.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이 누군가에 의해 깨지는 비극적 순간이나, 연인품에서 죽고 싶었던 열정과 격정의 찰나를 이야기한다.  사랑하며 죽고 싶다는 열망은 현실이 아닌 영화예술의 장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간접 체험을 통해 미적 충격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가지는 낭만적 매력이면서도 한계이다.

  지난번 필자는 <그녀에게>라는 영화를 소개하며 스페인 최고의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언급한 적 있다. 그가 2009년 칸느영화제 경쟁부문으로 <브로큰 임브레이스>를 출품하였다. 지금까지 한번도 황금종려상을 받은적 없었던 그는 이 영화에 대한 평자들의 평점이 그 당시 제일 높게 나왔다. 수상을 기대할만했지만  알모도바르는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나라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낮은 평점에도 심사위원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었다.

 작년에 수입되어 개봉된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깐느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63회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22회 유럽 영화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받지 못했는데, 스페인 언어가 주류적인 느낌을 주지 못할 수도 있고 알모도바르가 걸어온 영화 세계가 독특한 사람들을 대변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홍보부족으로 영화적 관심도가 적은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나 무엇보다 배우들의 인지도가 낮은 쪽인 이유가 크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세계적인 배우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으며 그밖의 배우들은 모두 낯설다. 

 이 영화는 영화적 보는 즐거움을 한껏 안겨준다. 미국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총과 칼의 그림들이 세련되게 등장하고 이탈리아 화가 클레멘테의 작품, 미국의 로버트 마더웰의 작품들도 배우들 사이사이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14년의 시간을 오가며 풀어내는 남녀의 애정사 줄거리는 지금 시대에 너무 고리타분할 정도의 운명적 의지를 부여한다.

 가난하고 병든 아버지를 둔 재벌회장 비서 레나(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재벌회장 마텔의 도움을 어쩔 수 없이 받는다. 그 은혜로 그의 정부가 되고  오랫동안 자신의 꿈인 배우가 되기 위해 영화감독 마테오의 새영화 <여인들과 가방>오디션을 본다. 레나를 본 순간 마테오 감독은 모든걸 잃어도 함께하고 싶은 여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레나의 캐스팅으로 두 사람은 운명적 사랑을, 그 사랑을 용납하지 못하는 마텔은 그들을 파멸시키려 한다.

 페네로페 크루즈가 <하몽 하몽> 데뷔 이후 스페인과 헐리우드에서 종횡무진 약 36편 영화에 출연하였고 그 중 <나인><오픈 유어 아이즈><바닐라 스카이>로 인지도를 넓혀 왔으나 지금까지 연기를 잘한다는 평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브로큰 임브레이시스>에서 삶에 절망할 때, 사랑에 열정적이며 무모하게 빠지는 낭만적 캐릭터의 레나역은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그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였다.

2009년,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