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큼 알고 해볼만큼 해봤어도 '사랑은 너무 복잡해'
알만큼 알고 해볼만큼 해봤어도 '사랑은 너무 복잡해'
  • 임고운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0.03.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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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부분 모든 것을 원하고, 그 모든 것의 반대를 바란다. 불가능해보이고, 특별하고, 부서지기 쉬우며, 위협받기 쉬운 사랑은 인간의 이중적 욕망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

마치 20년 연하의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자녀들의 성실한 어머니의 삶을 살아온 제인ㅡ메릴 스트립ㅡ이 아들의 대학졸업식을 보기위해 만난 웬수같은 남편ㅡ알렉 볼드윈ㅡ과 하룻밤의 실수로 열정적인 연인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제 제인은 전 남편 제이크의 가정을 위협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사실은  제인과 제이크를 '각방을 써 왔던 부부' 로 기억하고 있는 자녀들의 불편하고 오래된 추억들이다.

이혼의 아픔을 견디고 잘 살아왔던 제인에게 능청맞고 속 없는 제이크는 다시 자신을 받아들여 달라며 떼를 쓴다. 제인의 집을 인테리어 해줄 건축가인 아담ㅡ스티브 마틴ㅡ은 아내와 이혼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친구와 바람난 아내에 대한 상처로 인해 쉽게 좋아하는 제인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낸시 마이어스는사랑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다양한 형태로 따뜻하고 깊이있게 다루어 온 섬세함과 가볍지 많은 철학을 지닌 감독답게 영화에서도 중년의 사랑을 식상하지 않은 방법으로, 녹녹치 않게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사랑,낭만,자유나 개성, 가정은 우리 뇌속에서 판타지로 남아 바쁘게 현실과 허구사이를 돌아다니며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그것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도 싑게 풀리지 않는다.

낸시 마이어스는 전 작품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ㅡ2003ㅡ에서는 딸의 연인ㅡ아버지같은ㅡ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페어런트 트랩>ㅡ1998ㅡ에서는 이혼한 부모님을 다시 이어주려는 쌍동이자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서 남자의 열정적인 연인이자 자녀들의 성실한 어머니로 살아야하는 여성의 모순된 이중역할로 인한 삶의 고단함 혹은 이혼의 상처, 그 속에서의 사랑의 황홀한 순간은 찰나의 스냅사진에 불과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가장이자 남편인 강인구ㅡ송강호ㅡ가 대한민국의 표준가장이 되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모습은 이상적인  어머니로 살았던 제인이 전 남편 제이크와  웃지못할 불륜의 관계에 처하면서, 일탈을 하고 있는 자기자신과  그리고 실망한 자녀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흔히 꿈꾸는 한 가정의 행복과 사랑은 복합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낭만적인 사랑은 광고 포스터의 문구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에바 일루즈에 따르면 낭만을 실제 삶에서 실현시키는데 가장 유리한 사람들은 중산층과 상위중산층이라고 한다. 경제적 능력으로  감정의 가치마저도  상품화하고 있는 요즘세태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낭만은  우리가 사랑으로 부터 원하는 것과 사랑안에서 원하는 것이 일치할 때는 언제든 향기를 품어 낼 수 있다. 경제적 여유 혹은 나이에 상관 없이...

제인은  아담에게서 받았던가장 아름답고 진실된 프로포즈는 이 한마디였다. "당신의 가장 큰 매력은 나이예요"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아담의 한마디는 세상의 어떤 달콤한 프로포즈보다도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영화<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일상의 꿈이 더 이상 드림콘서트가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꿈꾸게하는 감독 낸시마이어스의 사랑의 화법이 더욱 무르익고 풍요로워진 작품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는 복잡하지 않다. 더 많이 인정해주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서로의 작은 잘못은 눈감아주고, 쉽게 화내지 않고, 정기적으로 함께 작은 모험을 즐기면 된다.복잡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유일한 동물인 사람이다. 사람이 문제다.

임고운 영화칼람니스트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