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연예인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
양날의 칼, 연예인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3.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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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열쇠

아이돌 스타를 포함한 연예인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소식이 돼버렸다. 소녀시대의 태연은 뮤지컬 <태양의 노래>에 여주인공 카오루 역으로, 샤이니의 온유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남주인공 주봉 역으로 캐스팅 됐다. 특히, 온유를 향한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온유의 3회 출연 공연 티켓 2,400장이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한 것이다.

연예인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은 앞으로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양날의 칼과 같은 연예인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영화, 음반 등의 사업이 침체되면서 엔터테이너, 소위 스타라고 불리는 그들의 활동 영역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연기와 노래 그리고 춤까지, 모든 분야의 실력을 두루 갖춘 이들을 원하는 또 다른 무대, 바로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스타들에게 있어서는 새 도전장을 내밀기에 나쁘지 않은 분야인 셈이다. 뮤지컬 제작사에서 그들을 욕심내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들이 가진 막강한 티켓 파워, 이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테니. 더블도 아닌 트리플 캐스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뮤지컬 시장의 확대라는 큰 맥락에서 보면 스타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스타들의 검증받지 못한 실력이다. 무대에 설만한 가창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노래로 연기를 표현할만한 연기력을 갖췄는지, 모든 일정을 소화할 체력과 충분한 연습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이 모든 문제를 불식시킬 한 가지 방법은 실력을 갖춘 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것뿐이다.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과 이유리 교수는 “지금의 시기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넘치는 끼를 가진 이들이 스타가 되고, 그들이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 배우들의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의 경우, 장기공연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배우의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스타를 캐스팅하면 배우가 스케줄에 쫒기다보니 제대로 연습할 시간이 없고, 그 경우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의 본가, 브로드웨이는 어떠할까. 그곳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그 특성상 장기 공연을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경우, 40여개의 극장에서 하나의 공연을 보통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고 해봐야 ‘샤롯데 씨어터’ 한 곳이 전부다. 하나의 공연을 6개월 이상 진행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하나의 문제는 뮤지컬 전문 배우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뮤지컬 배우 L군은 스타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에 대해 “요즘 추세는 인정한다. 또한 스타들의 티켓 파워는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부분도 인정한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초심이 흔들리는 것 역시 사실이다. 끼를 개발하려고 고민하다가도 연예인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제 연예인들의 뮤지컬 무대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뮤지컬 제작사와 배우 그리고 연예인들 모두 만족시킬만한 방법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스타들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는 것뿐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