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4.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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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 지평 넓힌 7인의 문학사적 업적을 재평가하다

시인 이상과 수필가 피천득 등 근대문학의 지평을 넓힌 작가 7인이 탄생 10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그들의 문학사적 업적을 재평가하고, 나아가서는 한국현대문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비판적 도전과 창조적 실험’이라는 주제로 총론을 발표했다.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 서울시가 후원한 2010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심포지엄은 지난 1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문학사적 업적을 재평가하고, 논의된 문학인으로는 이상과 피천득을 비롯해 이찬, 허준, 이북명, 안막, 안함광 이상 7인이다.

한국작가회의 구중서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대산문화재단 신창재 이사장과 피천득 선생의 차남 피수영을 비롯해 각 주제를 발제, 토론할 교수들과 문학을 전공하는 많은 대학생들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대산문화재단 신창재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신 이사장은 “삶의 절정기를 암흑기 속에서 보내면서도 문학으로 등불을 밝힌 7인의 문학인을 만나는 이번 자리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이번 자리를 계기로 그들의 문학사적 행로가 빛을 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고 피천득 선생의 차남 피수영 선생은 "살아있는 한 금아의 아들로 살아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피 선생은 고(故) 피천득 선생을 회상하는 글로서 인사를 대신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금아의 아들로 살아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생전에 따뜻한 물에 목욕하는 것을 즐기셨는데, 물에 들어가시면 날아갈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이 세상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다 가신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회상에 잠긴듯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의 총론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권 교수는 ‘비판적 도전과 창조적 실험’이라는 주제로 총론을 발표했다. 총론 발표에 앞서 권 교수는 이번 행사의 배경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1910년은 운명적 의미를 지닌다. 자주적인 근대화가 실패하면서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고통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문인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 식민지 시대 근대문학의 전반적인 경향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비판적 도전과 창조적인 실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대 이경훈 교수의 발제로 ‘박제의 조감도; 이상의 <날개>에 대한 일 고찰’을 비롯해 광운대 조영복 교수의 ‘음악적인 것의 시학; ‘질주’와 ‘변형’의 생성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서강대 이태동 교수의 ‘작은 것이 지닌 아름다움의 발견; 피천득의 수필 세계’ 등 탄생 100주년을 맞은 7명의 문학인이 남긴 작품과 삶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문학계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과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이상의 시를 주제로 발표한 조 교수는 “이상의 텍스트는 그 자체가 자료인 동시에 작품이고, 방법론이다. 통상적인 의미 체계가 해체되고, 비개연성을 가진 어구나 문장들이 연결돼 텍스트는 독창적인 의미를 생산하게 된다”며 “열린 텍스트로서의 이상 텍스트가 ‘음악적인 것’을 지향한다고 보고, 이상 시학을 설명하는 하나의 틀을 제시하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피천득의 수필세계에 대해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였던 피천득은 한국 수필문학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수필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평범한 것에서 발견하는 비범한 것이다. 일상에 묻혀있는 작은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그것을 미학적으로 느끼고 깨닫게 한다”며 “한편으로는 그가 너무 자전적인 생활과 경험에만 집착해 서양의 수필에서 볼 수 있는 폭넓은 삶을 수직적으로 담을 수 없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했다.

이날 행사는 ‘문학의 밤’으로 이어져 7명의 문학인이 남긴 작품을 토대로 한 춤과 노래, 시 낭송 등 다양한 공연 형태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특별한 자리로 남았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