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냄새나는 어머니 품, 논산 고운문학관
고향 냄새나는 어머니 품, 논산 고운문학관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4.10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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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나 시인 여행기-김송배 선생님을 모시고 봄의 정취 한가득 담아 와

4월의 가랑비가 머리 위에 초롱이는 날, 김송배 선생님과 논산 벌곡의 고운 문학관으로 길을 달렸다. 원래 KTX와 버스를 타고 가지만, 오늘은 선생님을 모시고 가는 날이라 내 애마를 타고 갔다.

오랜만이라는 김송배 시인님의 어린동자 같은 맑은 미소가 저 산 허리의 안개를 빛내 주는 듯 했다. 가는 길에 김송배 선생님은 고운 최재경 시인님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을 물어 오셨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고속도로 저 편 산허리를 감싸는 안개는 시집가는 봄처녀의 면사포 같았다. 한참을 가다 보니 계룡 IC에서 최재경 고운시인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는 최 시인님을 따라 한 15분을 달렸다.

벌곡은 외진 마을이지만 마을사람들이 잘 단결되기로 유명하다. 지난 여름 홍수에서도 물이 잠기고 사람이 죽어 나갔어도 최 시인님은 이장으로써 이 마을을 잘 이끌어 가셨다.

최시인님은 70년대에 서울에서 괜찮은 건설회사에 다니시고 대전에서 건설 사업을 하시다가 이곳 벌곡 4천평 가량의 땅을 개간 하시어 고운 문학관을 직접 건축 하셨다. 재작년에는 펜션을 지어서 한남대 학생들의 수련시간과 각 행사를 직접 이끌어 가고 계신다.

우리는 거의 도착해서 아주 예쁜 개울 다리를 차로 건넜다. 김송배 시인님은 “아하~! 이곳에 고기도 참 많겠네. 여름에 와서 매운탕에 쏘주 어떨까?” 하시면서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그곳에서 송은혜 시인님과 장태웅 선생님을 만나 최 시인님이 거쳐 하는 곳으로 가려니 마당 길가 나무 담에 놓인 솟대와 장독대, 그의 시 ‘비. 그대 잊은 적이 없다’가 눈길을 끌었다. 산 밑에 있는 넓은 사슴 목장, 쌍둥이 검은 염생이, 그리고 토종닭 몇 마리와 정감이 가득한 개 몇 마리도 우리를 맞아 주었다.

 비가 부슬 부슬 왔지만 일행들은 고운 시인님의 안내로 즐거운 소풍을 온 것 같이 들떠 있었다. 간혹 우리 고운 문학 회원들이 봄과 가을에 시낭송을 하는 세미나실의 빨간 표지판이 눈에 반짝였다.

그의 문학관은 초가집처럼 고향냄새가 물씬 나는 어머니 품 같았다. 그곳 앞에서 새 봄을 연출하는 듯 피어있는 청매화가 나의 미소를 끊이지 않게 했다.

 그의 방에는 큰 늙은 호박, 찻상과 찻잔 그리고 플롯, 장고, 기타와 같은 악기들이 놓여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셔서인지 물감을 상위에 소꿉장난처럼 차려 놓기도 하셨다. 책상에는 그가 쓴 시집과 여러 시인님들의 시집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잠시 즐거운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서 최 시인님이 잘 가시는 연산 장어 집으로 향했다. 장어가 유난이 맛나서 물어보니 특별히 기름을 빼어 쫄깃쫄깃 하단다.

송은혜 시인님의 구수한 담소와 장태웅 선생님의 말없는 미소, 최재경 고운 시인님의 재미난 이야기가 비오는 장단과 어울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다. 

어느덧 시계는 4시를 가르켰다. 서산에 쌓인 구름은 우리에게 뭉게뭉게 피어올라 손 사례를 지어주었다. 우리는 안녕이란 뜨거운 말로 악수를 했다.

그날 최 시인님의 특별한 초대에 감사하며 사찰이 많은 이곳의 정취를 더욱 포근하게 느끼며 떠나와야 했다.

/ 시인 강애나

최재경 시인 프로필

대전 출생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전문인협회 회원
문학사랑문인협회 회원
세계문인협회 충청지회장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문학사랑 인터넷 문학상 수상
문학사랑 문학공로상 수상
2007,한국문학을 빛낸 200인 선정
시집 '그대 잊은 적 없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