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만인보' 완간 기념 축하연 열려
고은 '만인보' 완간 기념 축하연 열려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4.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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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크기와 내적인 열정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서울 프레스센터(중구 태평로 소재) 국제회의장에서 ‘한민족의 호적부’라 일컬어지는 고은 시인의 ‘만인보’ 완간기념 축하연이 열렸다.

▲이번에 완간된 고은 시인의 '만인보'

지난 9일 오후 6시 30분부터 도종환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축하공연 ▲초청인 인사말 ▲축사 ▲기념도서 증정 ▲동영상 시청 (고은 문학 50년) ▲시낭송 (시인 김근, 김사인, 김해자, 장석주, 유안진) ▲시인의 말 ▲기념촬영 ▲소연의 순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수많은 국내외 저명한 문학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각계각층의 내빈들이 축하행사에 함께 했다

▲대금연주로 진행된 축하공연

최원식 인하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초청인 인사말을 통해 “고은 선생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많다”고 운을 뗀 뒤 “1993년 ‘만인보’ 출판기념회 때가 기억난다. 당시 지금 봐도 근사한 글을 서평 삼아서 발표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이틀 동안 이뤄진 시 행사에 고은 선생님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당시 모국어의 경계를 넘어 다른 언어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이뤄지는 ‘언어들의 빛나는 스파크’를 봤다”며 “이번에 완간된 ‘만인보’는 비평가들에게 한국 문학의 새로운 과제를 던져줬다. 저도 ‘만인보’의 과제에 계속 성실하게 응답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축사에서 “까뮤전집 중에 ‘젊을 때는 열정(passion)이고, 늙어서는 연민(compassion)이다’라는 말이 있다. 연민도 열정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심리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서문을 연 뒤 “젊었을 때의 고은 선생님은 빛나고 뜨거운 열정에 차 있었다. 요즘 그의 시를 보면 세상에 대한 연민과 동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갖가지 숱한 사람을 가장 많이 아는 동시에 그들을 개별적 존재로 끌어안고 사랑할 수 있는 분은 고은 선생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적인 작업 못지않은 인간적 크기와 내적인 열정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더 많은 인물들, 사물들, 세계현상들에 대해 계속 시로 또는 글로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은 시인은 이날 낮에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25년간 등에 진 길마 같은 것이었다. 이제 텅 빈 등짝이 됐으니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 날아갈지도 모르겠다”며  “‘만인보’의 본질은 끝이 없다. ‘만인보’의 그 어디에도 끝이라는 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령도 앞바다의 참사를 견디면서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참 아프다”며 “행복한 시대가 아닌 것 같다”고 슬퍼하기도 했다.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