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명물 '김목신'나무, 나도 엄연한 지주
고성의 명물 '김목신'나무, 나도 엄연한 지주
  • 박희경 기자
  • 승인 2010.04.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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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암면 500년 된 팽나무, 1,330㎡ 규모의 땅 소유. 이순신 장군이 이 나무에 배를 묶고 왜적 물리쳐 ‘전승목’이라 불리기도...

 고성읍 방면 국도 14호선 마암면 국도변에는 오랜 세월 풍랑을 견딘 팽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 경남 고성의 500년된 팽나무. 이 나무는 '김목신'이라는 이름으로 땅을 소유하고 있어 매년 세금을 내고 있다. 또 이순신 장군이 이 나무에 배를 묶어놓고 왜적들과 싸워 승리를 해 '전승목'이라고도 불린다.
 이 나무는 수령이 약 500년에 이르는 고목으로 예로부터 삼신 당산목이라 불려지며 마을 수호신으로 섬겨져 왔다.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때 정성스럽게 마련한 삼찬(三饌)의 제물을 갖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있다.

 동제는 마을회의에서 뽑힌 제관이 7일 동안 매일 찬물에 목욕을 하고 바깥출입을 금하며, 주민들 또한 제관의 집에 접근을 금한다.

 이 기간 중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제를 지내지 않고, 혹 제를 조금이라도 잘못 지내거나 제관이 궂은 일, 부정한 것을 보게 되면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잘못을 일러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팽나무는 특별한 사연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이 나무가 서 있는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는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당항포 해전을 치르면서 이 나무에 배를 매어두고 바다를 피해 육지로 도망치는 왜적들을 모두 물리쳤다고 해 전승목이라고도 불려진다.

 수세가 뛰어날 때는 높이 30여m에 둘레가 7m에 달했으나, 지금은 속이 썩어 텅 비어 있으며, 나무 수간이 휘어져 버팀목을 세워 더 이상 기울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언뜻 보면 한 나무처럼 보이지만 텅 빈 팽나무 속에서 곧게 뻗어 나온 나무는 느티나무로, 팽나무와 더불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나무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나무와 달리 ‘김목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데다 이 나무 앞으로 재산이 등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목신(金木神)’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성씨인 ‘김’씨에 ‘혼이 깃들어 있는 나무’라는 데서 비롯된 이름으로, 이 나무는 1,330㎡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엄연한 지주다.

 이 땅의 토지대장을 살펴보면 ‘김목신’이라는 이름으로 등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매년 5,000원 가량의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는 세금 내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김목신 나무가 이처럼 재산을 가지게 된 것은 1970년 경 마암면 삼락리 평부마을의 이대명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유답을 마을의 수호신인 이 나무의 동제답으로 희사한 것으로, 이 땅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매년 동제를 지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박희경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