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짚어보는 한류와 아시아의 미래(2)
다시 짚어보는 한류와 아시아의 미래(2)
  • 정정숙/ 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실 연구위원
  • 승인 2010.05.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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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문화교류의 내용, 방식, 결과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거울처럼 우리의 행태를 비추면서, 각성의 기회를 제공했다.

첫째, 우리가 그동안 교류해왔던 문화 창조물의 가치에 대한 새삼스러운 재발견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동안 외교 활동에 있어 부차적이고 의례적인 문화행사였다면, 앞으로 문화행사는 그 자체로 의의를 가지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한류는 그동안 정부나 민간 영역에서 수행해온 문화교류의 일방적인 관행적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였다. 자기홍보에 급급한 고유문화 알리기 중심의 교류는 진정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셋째, 문화교류를 통해 다른 나라 국민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정서적 공감대의 구축 및 친근한 유대관계의 발전 등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실증적인 통계 자료들을 제공해주었다. 

결론적으로 한류는 우리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인끼리 즐길 수 있는 아시아의 문화 상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발신할 수 있다는 희망의 방향타가 되었다. 다시 말해서 한류는 아시아 자체를 보고 아시아를 이해하고, 아시아의 본질 혹은 아시아의 정체성을 모색할 수 있는 동기를 우리에게 부여해준 사건이라고 하겠다. 

한류의 미래는 낙관론과 비관론 그리고 신중한 낙관론이라고 하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와 같은 전망이 가능하다.

낙관론은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없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의 드라마는 본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내재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탁월성이 소멸되지 않는 한 아시아 각국에서 선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관적인 전망은 주로 한류의 외부적 요인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의 경제가 활성화되면 중산층 주부들도 소비력이 제고되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고가의 문화상품들을 선호하고 한국의 저렴하고, 때 지난 복고적 소재의 방송 드라마에 몰두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에서는 곧 한국의 문화상품을 모방하게 되고,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중국 시민들도 좀더 수준 높은 미국이나 유럽의 문화상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중한 낙관론은 순수한 낙관도 순수한 비관도 아니며, 현재에서 낙관의 실마리와 근거를 발굴하되, 그것이 미래의 낙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실마리들을 견고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점이다.

즉 한국의 드라마가 탁월하기는 하지만, 현재는 사전 제작이 아닌 그때그때의 즉흥적인 제작이어서 충분한 기술, 의욕과 열정,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목표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보다는 시청률에 의존해서 그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나 양도 변하는 것이기 현실이기 때문에 계속 질 높은 드라마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금처럼 드라마나 댄스가요에 국한하여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마케팅으로 한류를 활성화하려고 할 경우, 상업적 의도에 대한 다른 나라의 거부감 뿐 아니라 스타의 피로와 고갈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류를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적 도구로서만 활용하려는 근시안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아시아 연대를 추구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아시아 시민에 대한 존중과 평화지향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영위하고, 가족과 사회와 국가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존중과 평화이념을 나누기 위해 내부 시민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도 문화교류에의 참여에 가치를 두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