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내를 넘어 세계로! 춘향의 다부진 그네타기
[리뷰] 국내를 넘어 세계로! 춘향의 다부진 그네타기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0.06.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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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춤 춘향'

[서울문화투데이=박소연 기자] ‘춤 춘향’의 무대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스타카토로 돌다리를 사뿐히 오가며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여인들부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그네를 타는 춘향의 구김 없는 몸짓, 늠름한 암행어사로 돌아온 몽룡이의 패기어린 춤사위에 이르기까지, ‘춤 춘향’은 한국 무용은 ‘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타파해버린다.

색색의 한복과 간결한 조명, 파워풀한 무대연출은 시각적 효과를 몽환적 아름다움으로 입체미를 극대화한다. 사계절로 표현된 춘향과 몽룡의 사랑은 풋풋함에서 농염한 관능과 기약할 수 없는 애절함으로 서정성과 역동성을 더한다.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 장면은 발레의 파드되를 연상케 하는 직접적 몸짓에 한국 무용의 정제된 움직임이 더해져, 사랑을 통해 성숙해가는 둘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춘향과 몽룡의 이별 장면은 무대미학의 절정을 자랑한다. 파란 조명 아래 하염없이 흩날리는 눈보라는 눈부시게 찬란했던 사랑을 뒤로 한 채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춘향과 몽룡의 슬픔을 몽환적으로 가시화해 감정을 배가시킨다.

단원들의 안무와 표정은 시각적 무대와 어우러져 반짝반짝 빛나는 생기를 더한다. 2막의 변사또의 생일잔치 장면에서는 단원들의 기량과 익살맞은 춤이 더해져 극의 재미를 더한다.

여러 소품을 사용한 기생들의 춤사위는 단원들의 다양한 재량을 맛볼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탐관오리라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교태어린 표정과 정교한 춤사위는 극의 전개를 중모리에서 자진모리로 몰아가 마침내 암행어사로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묭룡의 용맹한 죽비 춤으로 휘몰이에 다다른다.

애잔한 해금과 가냘픈 가야금의 선율은 이야기의 완급을 조율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라이브 연주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관현악단의 음악은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아련한 향취를 남긴 채 극의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번 무대는 ‘춘향’이라는 한국적인 고전 캐릭터로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보편성을 이끌어내겠다는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야심찬 집념이 고스란히 묻어난 자리였다. 지난 2월 밴쿠버 퀸 엘리자베스 극장의 무대에서 ‘춤 춘향’으로 한국 예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