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으로'는 없다
'포화 속으로'는 없다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10.06.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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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 학도병들의 메시지는 '처절한 평화기원'

영화 '포화 속으로'가 3일 오후 롯데 시네마 건대 입구점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이재한 감독과 주연배우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 최승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6. 25전쟁 당시 경주 포항 일원의 소년 학도병 71명이 수백명의 북한 정규군을 맞아 싸웠던 12시간 동안의 치열했던 전투를 재연한 영화다. 1978년 고교시절 반공교육 일환으로 이와 같은 내용의 영화를 경주시내 극장에서 단체로 관람한 적 있다. 경주 포항 지방 고교생 일부가 자원 입대해 안강 들판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던 장면이었다.

아마 이번 영화도 그와 같은 내용일 것이다. 다만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6. 25 전쟁을 기억하며 전쟁의 비극과 아픔, 평화의 소중함을 알도록  어린 학도병들의 숭고한 죽음을 재조명한다는 데 새로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전혀 새로운 세대의 감독과 배우들이 전혀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을 향해 영화를 개봉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재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야수' '숙명'에서 남성미를 돋보인 권상우,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냉혹한 킬러로 인상을 남긴 최승현이 각각 학도병 구갑조와 오장범 역으로 출연한다. 또 북한 유격부대 장교 박무랑 역에는 차승원, 남한 국군 장교 강석대 역에는 김승우가 참여했다. 박진희는 사랑하는 간호사 화란역을 맡았다.

1950년 8월, 한국전쟁의 운명이 걸린 낙동강 전선을 확보하기 위한 남북 전쟁의 한복판에서 교복을 군복삼아 포화속에 뛰어 든 학도병 71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포화 속으로'는 6월 17일 개봉한다.

한편 영화 '포화 속으로'는 6. 25전쟁 60주년에 맞춰 만든 것이기도 하겠지만 시의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서해바다를 지키던 해군 함정 천안함이 침몰되면서 남북간 긴장이 휴전 이래 최고조에 달한 때에 나온 것이다.

남북은 서로 한 치 양보 없이 강경대응과 응징을 외치며 '치킨 게임'(양쪽이 차를 몰고 마주 보며 달리는 게임.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 자가 패자가 됨)을 벌였다. 그나마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한국, 일본이 주도하는 긴장고조 국면을 가라앉혀 냉정을 찾게 만든 형국이다.

미국을 업은 한국은 연일 북한제재와 압박을 위한 국제공조를 자신하며, UN안보리 회부까지 밀어 부쳤다. 일본은 북한이 터무니 없는 짓을 저질렀다, 일본 자신이라면 냉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싸움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과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다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천안함 사건 해결과 관련,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로 접근해야 함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급기야 조사단을 파견했던 러시아는 천안함의 수중폭파는 인정하면서 어뢰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채 귀국했다.

한국 정부로선 안달이 날 일이다. 안보리 회부에서 대북제재 까지 국제사회가 일사천리로 밀어부쳐 이번에야 말로 지난 정부와 다른 대북 정책이 옳은 것임을 보여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북한대로 더 독이 오른 형상이고, 이런 북한을 상대로 전쟁불사론까지 외치던 보수세력은 선거에서 패배까지 맛보고 있다.

기자가 보기엔 천안함 사건은 그리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악의 세력'(북한)이 '선의 세력'(대한민국)을 향해 기습공격을 감행했다고만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현명한 국민은 이 사건 이전, 이명박 정부 출범이래 계속된 대북 강경 압박정책을 분별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두 세 차례 공개석상에서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있을 경우 남쪽이 먼저 정밀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도 기억하고 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남한 군대가 올라가 북한 흡수작전을 수행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북한을 심히 자극한 내용들이다.

천안함 사건은 이런 와중에 일어났다. 두뇌회전이 되는 보수라면 어쩌면 이번 사건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의식전환'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으로 알고 있던 세계에서 거꾸로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는 진실을 발견한 의식전환 말이다. 세계적화와 아시아 적화에 광분했다던 옛 소련제국과 중국 공산당이 오히려 한반도의 싸움닭들을 주저앉혀 평화를 논하는 양상이니 헷갈릴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