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국사를 아십니까
참국사를 아십니까
  • 박준영(국악방송 사장)
  • 승인 2010.07.07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야기 하나-국립중앙의료원

유명한 암 박사이자 국립중앙의료원장이신 박재갑 서울의대 교수가 지난 4월 국악방송 ‘일요초대석(일요 오후 6시 방송)’에 출연해 그의 국악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방송 후 박 원장님은 어느 시각장애인 애청자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출연 중에 국악계의 젊은 스타 박애리씨의 이야기를 전했는데 그 박애리씨의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싶다는 간절한 청을 받습니다.

어버이날 즈음 병원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립니다.  박애리씨가 심봉사 눈 뜨는 장면을 부릅니다. 바로 청을 드렸던 시각장애인 고수가 장단을 맞춥니다. 그 고수는 눈 뜬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봅니다. 지켜보던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가정의 달 선물이 없었을 겁니다.

이야기 둘- 서울 조선 호텔 커피숍

1980년대 말 필자가 KBS 영화부장으로 근무할 때, 당시 프랑스 일류 영화사인 빠떼 시네마(영화 첫 머리에 닭 그림이 나오는 영화사임) 제작겸 판매 책임자와 저녁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은 잘 아는데 한국은 처음이라면서 그들 두 나라와 한국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 합니다. 벽안의 외국인 눈에 비치는 똑 같은 검정 머리의 동양인, 고궁 지붕의 기와집등 외견상으로 구분이 잘 안 되는 세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 한 것입니다.

나는 역사나 지리 인종등의 차이를 들어 열심히 설명을 했지마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세 나라 말의 다름과 한글의 독창성을 설명해 주니 의문의 반은 풀리는 듯 했으나 그도 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문화에 밝은 그에게 우리만의 독창적인 우리 음악 몇 곡을 들려줬더라면 쉽게 이해가 됐을텐데 말입니다.

이야기 셋- 소리꾼과 마포 아트홀

7월초 주말, 소리꾼 김 용우씨의 공연 ‘강강술래’에 손자 두 놈과 그 친구를 데리고 갔습니다. 4학년인 큰 손자의 친구는 아직 학교서 국악 수업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별로 내키지 않아했습니다. 피아노에 기타 그리고 서양 타악기로 구성된 밴드에 장구나 해금이 끼인 이른 바 민요가 흐르는 퓨전 굿판입니다. 난 이 애들이 어떻게 이런 공연에 반응하는가에 더 흥미가 갔습니다. 그래도 처음 강강술래의 노래와 춤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비슷한 노래가 계속되니 한 눈을 팔기 시작합니다.

백여분 예상되는 공연에 애들이 딴 짓을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조바심이 납니다. 창부타령에 한오백년 그리고 각종 아리랑과 각설이 타령에 옹헤야로 이어지는 이른바 무대와 객석이 혼연일치 클라이맥스로 치닫자 이런 공연엔 처음 와본 애들이 더 흥분하며 일어서서 손벽을 치고 춤을 덩실 추며 야단입니다.

우리 피에 흐르는 DNA가 우리 손주들이 이어받고 그 흥겨운 가락과 흥은 바로 세계와 통하지요. 국악이 느릴 땐 느리지만 맛을 들이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신명이 나고 흥겨울 때는 단숨에 세계인과 어울려 어깨춤을 출 수 있는 그런 노래가 바로 우리 노래가 아니겠습니까?

국악 방송도 서울 경기 일원과 진도, 남원, 경주 포항 지역에만 TV도 아닌 FM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희망은 바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로부터 시작된다고 확신합니다. ‘국악과 친하기’, ‘국악을 즐기기’, ‘국악을 깊이 알기’.....이를 위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으로 국악사랑 참국사(참으로 국악을 사랑하는 모임)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악을 사랑하거나 사랑하고픈 분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합니다.

그냥 국악 공연에 자주 찾아가고 국악방송을 즐겨 들어 주시면 되는, 그리하여 우리 핏속에 도는 소리로 저절로 행복해지는 단순 명쾌한 모임입니다. 국악방송을 검색해 들어오셔서 “참국사”를 클릭 하시면 바로 행복이 기다립니다. 국악과 함께 참으로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