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회는 지금 ‘아수라장’
중구의회는 지금 ‘아수라장’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7.09 09: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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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고성(高聲)으로 얼룩진 중구의회임시회 1차 본회의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 지난 8일 중구의회 본회장에서 열린 ‘제180회 서울시 중구의회임시회 1차 본회의’는 ‘원칙과 상식이 존중받는 사람중심의 중구’를 무색하게할 만큼 온갖 잡음으로 시끄러웠다.

예정됐던 시간보다 40분가량 늦게 시작된 이날 임시회의 주요 안건은 제6대 중구의회 신임 의장 및 부의장 선거였다.

▲이혜경 한나라당 의원이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조영훈 민주당 의원의 제의에 따라 기명식으로 진행된 첫 번째 투표에서는 투표의원 9명(재적의원 9명)중 김수안 민주당 의원 4표, 조영훈 민주당 의원 4표, 무효 1표를 기록, 출석의원의 과반수 득표가 되지 않아 재투표에 돌입하게 됐다.

이혜경 한나라당 의원의 제의에 따라 한 시간여에 걸친 비공개 회의로 투표가 진행됐다. 세차례에 거친 투표 끝에 김수안 민주당 의원이 5표를 획득(조영훈 민주당 의원 4표), 신임 의장에 당선됐다.

▲신임 의장에 선출된 김수안 의원이 여러 매체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어진 부의장 투표에서는 비례대표인 송희 의원이 5표를 획득해 4표를 받은 이혜경 한나라당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그러나 이렇게 순탄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던 1차 본회의는 고성(高聲)이 난무하는 싸움터로 변질됐다. 제5대 중구의회 의원이자 현 서울시의원인 김연선이 의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 송희 의원의 멱살을 잡고 의회로 끌고 간 것이다.

주변에 따르면 “김연선 의원이 식당에 들어와 다짜고짜 송희 의원을 의회까지 마구잡이로 끌고 갔다”며 “주위에 있던 구민들의 구경거리가 된 이 사태가 어이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재권 한나라당 의원은 “(식당에서)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더라. 말려도 소용없었다”면서 “의장이 있으라고 하는데 시의원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하는 거냐. 시의원이 왜 구의회에까지 와서 이렇게 난리법석을 피는지 이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소재권 의원이 여러 매체의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하게 답하고 있다

허수덕 한나라당 의원은 중구의회 사무실을 찾아가 “의원을 보호해주는 직원이 어떻게 한 사람도 없을 수 있느냐. 두렵기까지 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허수덕 의원은 의회 직원 사무실을 찾아가 허술한 운영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의원실 문을 봉쇄한 채 긴 시간동안 언성을 높이다 나온 김연선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땀범벅이 된 채 외면할 뿐이었다. 이따금 “카메라 치워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김 의원은 다시금 의원실로 들어가 송 의원과 3, 40여분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의원의 수행원이 문을 가로막고 있어 당시 정황이나 상황 등을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의원실에서 잠시 나온 김연선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못한채 고개만 숙이고 있다. 왼쪽은 송희 의원의 모습

 

▲복도에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연선 의원과 송희 의원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시간에 열린 개회식 역시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개회식 시작 전 조영훈 민주당 의원이 9일로 예정된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 및 위원장 선출’을 하루 앞당겨 시행하자는 건의를 냈으나 의장으로 당선된 김수안 의원은 당선인사등 당초 예정된 일정만 진행하고 서둘러 산회를 선포했다. 이 때문에 개회식이 끝난 중구의회 복도는 막말이 오가는 싸움터로 변질되고 말았다.

▲개회식에서 의장을 비롯한 모든 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개회식 후 조영훈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며 언성을 높였다
“한 배를 탄 우리는 항상 서로 아껴주고 존중하며 민의에 충실하겠다”는 당선 인사를 무색하게 한 ‘제180회 서울시 중구의회임시회 1차 본회의’는 흩어졌던 민심을 챙기기 이전에 내부단속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자리였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선 “민주당이 부의장 자리를 한나라당 이혜경 의원에게 내 주고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기로 미리 내략이 돼 있었는데, 송희 의원이 부의장 선거에서 자기 자신을 찍으면서 이 구도가 와해되게 생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하지만 시의원이 구의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