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강남에 살고 있나요? <강남몽>
당신은 강남에 살고 있나요? <강남몽>
  • 정은아 인턴기자
  • 승인 2010.07.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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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작가가 그려낸 숨가쁜 시간의 기록

강남몽/창비

우리 시대의 대표작가 황석영의 <강남몽>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비롯해 현재의 우리 삶을 규정하는 역사적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수십년에 걸친 남한 자본주의 근대화의 그 숨가쁜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3.1운동 직후부터 한국전쟁 군사정변을 거쳐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남한 자본주의 형성사와 오점투성이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이 소설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강남'으로 상징되는 남한 자본주의의 일면을 자세히 그려냈다.

<강남몽>은 사람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철저히 자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일제의 정탐에서 미정보국 요원을 거쳐 대기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백화점 붕괴로 몰락한 '김진', 시골 여상을 졸업한 뒤 고급요정과 쌀롱을 거쳐 김진의 후처가 됐다가 무너진 백화점에 갇히는 '박선녀', 70년대 강남 개발 시기에 부동산 사기로 돈을 버는 '심남수' 등 남한 자본주의 형성사의 단면을 예리하게 보여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무차별적인 개발의 상흔이라 할 수 있는 광주대단지의 참혹한 현장을 거쳐온 임판수 부부와 그의 딸인 붕괴 때 구출되는 임정아의 시선을 통해 삶에 대한 뭉클한 감동을 던져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