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한국인의 마음이 머무는 곳!
국악, 한국인의 마음이 머무는 곳!
  • 성열한 기자
  • 승인 2010.07.2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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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아름다운 나라, 국악방송 박준영 사장

[서울문화투데이=성열한 기자] 국악방송은 FM 라디오방송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일부 지역에만 방송이 송출되고 있지만 국악을 중심으로 우리의 정체성과 고유문화를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방송국을 갖은 나라가 흔치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국악방송은 지난 2월 체제를 개편해 3년 임기의 첫 상임사장을 맞았다. 작지만 아름다운 방송, 작지만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무공해 100% 클린 방송을 지향하는 국악방송의 박준영 사장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국악방송국에서 만나봤다.

국악방송의 사장으로 취임을 하게 됐는데, 평소에 국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젊었을 때는 국악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동네 엿장수의 가위 가락, 마을 훈장들의 창, 다듬이 소리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들었을 법한 정도로 알고 있었다. KBS 편성국장 시절 다양한 채널을 편성하는데 바빠 라디오 방송을 잘 챙겨듣지 못했었는데, 어느 토요일 오후에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국악을 듣게 됐다. 순간이었지만 국악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국악이 이렇게 좋은 것인가’하고 알게 됐다.

몇 년이 지나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을 당시 KBS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국악방송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를 통해 열악한 예산으로 국악방송이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영화 <왕의 남자>가 큰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국악이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결국 방송위원회에 건의해 국악방송의 예산에 도움을 줬고, 그때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갖았다. 이후 국악방송 운영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국악방송 상임사장을 맡게 됐다.

국악에 대해서 거리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에 손자들과 <강강수월래>라는 공연을 보러간 적이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공연을 지켜보던 손자들이 비슷한 부분이 반복되자 지루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각설이 타령과 옹헤야, 아리랑 변주곡을 듣고 난 후 손자들이 복도에서 춤도 추고 손뼉도 치는 것을 보면서 국악이 정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국악의 한풀이와 흥풀이 중에서 특히 한풀이는 ‘재미없다, 지루하다, 청승맞다’라는 이미지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더 좋아하는 젊은 층에게 자리 잡고 있겠지만, 국악에 한번 빠져든다면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악의 매력을 꼽는다면.

아직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실질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로 대표되는 북한 이미지가 더욱 크게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 처음 방문한 한 프랑스인이 한국·중국·일본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봐 당황한 적이 있다. 그때 국악이 생각났다면 음악이 다르다고 단번에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가슴으로 가장 먼저 파고드는 것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국악방송의 사장으로 취임한 후 책도 읽고 여러 교육을 받으면서 국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한·중·일 삼국의 음악에 대해서 비교를 해봤는데, 먼저 중국의 음악은 굉장히 강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넓은 대륙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둔감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분야에 허장성세(虛張聲勢)가 강하다. 일본의 음악은 정교하고 정리가 잘돼 있으며 절제돼 있다. 또한 형식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에 한국의 음악은 정리가 안 된 것 같지만 한편으로 자유분방하다. 자유분방하다는 것은 남의 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우리 것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세계로 뻗어나가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빠른 것만 추구하던 세상이 이제 ‘천천히’를 외치며 여유를 찾으려 한다. 국악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도 가장 잘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속에 국악을 알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국악을 외국인들 귀에 익숙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바로 접근하기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제의를 하고 싶다. 국악도 얼마든지 빠른 장단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색다른 효과로 게임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국악을 하면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창 안숙선씨를 보면서 많은 힌트를 얻고 있다. 그냥 가지고 가야할 것들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변화가 필요한 것은 과감히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새로운 곡을 작곡하고 현시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사나 글을 붙여 새로운 국악을 만드는 시도 또한 필요하다.

물론 변화에 앞서 우리 음악의 뿌리는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피카소의 그림을 볼 때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기초 작업을 본다면 그러한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밑천이 없는 새로운 변화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점을 명심하면 우리 국악의 세계화는 매우 가능성이 있는 일이며, 꼭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악방송이 청취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현재 국악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국화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소리의 본고장인 전주에서도 국악방송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현재 국악방송이 송출되고 있는 지역은 전국의 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문제점은 TV 방송을 통한 영상화가 진행되지 않은 점이다. 지금은 인터넷 TV나 실시간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영상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의미 있는 행사를 통해서도 국악방송을 알릴 생각이다. 아리랑을 비롯한 여러 민요에 관한 학술대회를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나 공연을 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8도 아리랑 총집합’과 같은 프로젝트도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있다. 국악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르와도 협의해 나가며 온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동기획 작품을 통해 국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라디오 없이 인터넷을 통해 국악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덩더쿵 플레이어’와 DMB 방송을 통한 뉴디바이스를 통해 전국화에 힘쓸 예정이다.

‘참으로 국악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참국사)’이 발족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참국사는 이웃과 같이 국악 공연에 즐겨 참여하며 국악방송을 즐겨 듣고, 우리 소리·우리 얼을 가꾸는 행복한 모임이 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김을동, 김형오, 홍사덕, 진성호,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소설가 조정래,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등 기업체 CEO와 문화예술계의 많은 인사들이 참여해 우리 국악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과 안숙선 명창(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해 연말에 공연과 함께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1300여명인 참국사 회원을 더욱 늘린 후 전국적으로 지회장을 뽑고 체계를 잡아 네트워킹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일단은 국악에 대한 정보를 매월 웹메일로 발송해 친근함을 주고, 국악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하는 법을 연구해 전파하는 것이 목표이다. 향후 외국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얼짱, 너는 꼬리가 너무 예쁘다> 등의 시집을 내기도 한 시인이자, 우리가 잘 아는 만화주제가 <우주소년 아톰>, <개구리 왕눈이>, <코난>, <짱가> 등의 작사가로서 문학 활동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아는데.

만화주제가를 작사할 때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개구리 왕눈이>를 보더라도 일곱 번 넘어져도 일곱 번 일어나는 역경을 넘어서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 1980년 ‘4월의 봄’ 때 쓴 <그랜 다이져>에서도 ‘빛나는 앞날을 위하여 마음껏 날아라 힘껏 날아라’라는 가삿말을 통해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문학 활동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의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끝으로 국악방송 청취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국악을 듣는 것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밭을 매면 허리가 아프지만 어느 정도 일을 계속 하다보면 허리가 아프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국악에 대해 막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립극장에서 CEO 판소리 특강을 배우면서 생각이 바꼈다. 1시간 30분 정도 수업을 진행했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면 머리가 텅 비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 국악이라는 음악을 접근하기가 어려울지 모르지만 가까이 할수록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것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백 살까지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면서 노인이 된 후 수 십년 동안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간을 채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문화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정책의 변화로 학교 커리큘럼 상에서 예술교과가 하나로 통합돼 국악이 많이 생략된 것은 매우 아쉽다.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문화를 체득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 문화도 더 풍성해지며 또다른 발전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준영 국악방송 사장 프로필

중앙대 신문대학원 졸(’88)
연세대 행정대학원 수료(’88)

KBS영상사업단 사장(’93~‘97)
서울방송 전무이사 겸 사장 직대(’99)
방송위원회 상임위원(’03~’06)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원장(’08)

「한글문학」으로 시인 등단(’98)
저서 : 시집 ‘얼짱, 너는 꼬리가 예쁘다’(시학) 등
작사 : <미래소년 코난>, <짱가>, <개구리 왕눈이> 등 다수
체육포장(’86), 국민포장(’87), 국민훈장 석류장(’91), 불교언론인상(’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