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치명적 사랑을 위한 죽음의 춤
[리뷰] 치명적 사랑을 위한 죽음의 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0.07.2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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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롤랑프티의 밤’

[서울문화투데이=박소연 기자] ‘롤랑프티의 밤’에는 사내들의 광기어린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여인에 대한 갈망어린 시선은 집착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질투를 낳는다. 토슈즈는 거친 마찰음을 내며 여인들을 향해 성큼성큼 불안한 보폭을 내딛는다. 하지만 여인들과 사내들과의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

아를르의 여인

사내들이 바짝 다가서면 설수록 여인들은 더 먼 곳으로 사뿐히 날아오르는 까닭이다. 여인들의 보폭은 바람처럼 자유롭고 가볍다. 그렇기에 사내들과의 파드되에서는 알 수 없는 혼선이 빚어진다. 기나긴 절망이 한숨처럼 걸려있는 손끝의 몸짓은 사내들의 목을 옥죄고, 당겨질 대로 팽팽히 당겨진 긴장감은 정교한 에튀튜드 속에서 섬광처럼 빛난다.

‘아를르의 여인’ 무대에 등장하는 고흐의 그림은 사내들의 심리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용돌이치는 노란 하늘아래 펼쳐진 누런 밀밭은 평생 엇갈린 사랑 밖에 할 수 밖에 없었던 고흐의 외로운 삶을 사내들의 몸짓으로 투영해낸다. 독 같은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여인의 매력에 홀린 이들은 한때 열렬히 사랑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아를르의 여인을, 자신을 욕하고 조롱한 뒤 떠난 잔인한 여인을, 반항적인 매력으로 자신을 유혹한 비극적 여인을 결코 뇌리에서 떠나보내지 못한다.

젊은이와 죽음

비제의 육감적인 선율과 바흐의 웅장한 파사칼리아는 이글어진 그네들의 사랑을 아름답고도 비정하게 노래한다. 파국만을 남겨둔 사내들의 사랑은 더욱 간절해져 기약 없는 절박함으로 한정 없이 추락한다. 사랑에 대한 번민으로 자신들의 생을 기꺼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네들은 스스로 목을 매달거나 여인을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사랑이 완성되길 염원한다.

하지만 종착역 없는 이들의 사랑은 결국 애매한 이정표만 남겨둔 채로 사랑을 찾아 하염없이 헤맨다. 방황의 길엔 언제나 씁쓸한 웃음과 방관만이 자리할 뿐이다. 흑백의 컬러로 클래식하게 재단된 프로방스 전통의상에서부터 청바지를 입은 남자 무용수와 레몬옐로우의 미니 드레스를 입고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여자 무용수, 선정적인 의상과 도발적인 헤어스타일의 군무에 이르기까지 프티의 밤은 어둠의 프리즘을 통해 투과된 생의 본능을 거침없이 그려낸다. 무대세트와 소품, 그리고 음악의 삼위일체는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완벽한 합일을 일궈낸다.

그렇다면 파국으로 치달은 이들의 사랑은 과연 죽음으로 그것을 완성한 것일까. 삶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무용수들의 절박한 몸짓은 마치 그네들의 삶을 살아내는 것처럼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그러한 생생함 속에 자리한 이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죽음으로 선연히 박제돼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자신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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