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칼럼]<청계천의 변증법과 4대강 정비>
[옴부즈만칼럼]<청계천의 변증법과 4대강 정비>
  • 최진용/문화경영예술연구소장
  • 승인 2010.07.22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정정도’기준을 누가 잡을 것인지에 대한 언급 없어

최근 섬진강에서만 사는 갈겨니가 난데없이 청계천에서 발견되어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청계천 관리당국이 풀어 넣었는지의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청계천의 생태환경이 엉망으로 망가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말할 수 있다. 깨끗한 물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서식하는 물고기의 종류가 크게 늘었다는 선전이 말이 안맞는 소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 정부가 온 국토의 강들을 청계천의 꼴로 만들어 놓으려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청계천의 예를 보면 4대강사업이 모두 끝난 후 강 주변의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지리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업이 끝나면 한강에만 사는 물고기가 영산강에서 발견되는 일 같은 것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 놓고는 강물이 깨끗해져서 서식 어종이 더욱 풍부해졌다고 거짓 홍보를 해댈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 큰 강들이 고유의 생태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초대형 어항이나 수족관으로 변화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생물학 교과서를 바꿔 써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르는 무신경의 소유자들이 지금 우리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우리는 청계천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청계천 복원에 있어서 강력하게 들어간 인위적 상징이 청계천에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권대섭 대기자의 말처럼 ‘깨끗한 물의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 사업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본다.

생태계의 교란은 그 귀결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전국의 4대강을 온통 뒤집어엎은 후 우리 국토 전반에 걸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하지 못한다.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지하수 수위가 어떻게 변화할지, 혹은 어떤 동식물의 종이 사라지고 어떤 종이 새로 나타날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새만금사업의 여파로 인근 변산해수욕장의 모래가 몇 미터 깊이로 파여 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4대강사업으로 전 국토의 생태계가 엉망으로 망가지면 원상회복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울 테니 걱정이 더욱 크다. 뿌리째 뽑혀나간 나무들과 풀이 다시 무성해지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강바닥의 모래를 몽땅 긁어내는 바람에 산란장을 잃은 물고기들이 다시 떼지어 다닐 만큼 그 수가 늘어나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뭉개진 모래톱과 습지는 영영 되살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목전의 이득에 눈이 어두워 이런 위험한 일을 저지른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4대강사업의 반(反)생태성은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수만, 수억 년을 평화스럽게 살아오던 뭇 생명들을 죽음의 구렁이로 내몰고 있다. 요즈음 인터넷상에서 나도는 사진들을 보면 4대강사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생명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권대섭 대기자와 같은 온건한 반대의 시선으로 과연 사대강과 청계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대섭 기자의 시선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정도’라고 하는 기준을 누가 잡을 것인지에 대한 언급 없이, 각 사업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것을 확실시 한 다음에 코멘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