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자기에 담긴 예술 ‘초전섬유·퀼트박물관’
작은 보자기에 담긴 예술 ‘초전섬유·퀼트박물관’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3.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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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사계절 다른 천 이은 조각보, ‘미술작품’
평생체험학습장 ‘바느질 배우기’ 학생들에게 인기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는 서울 중구에 있는 남산. 그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숨어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부터 그곳을 소개하려 한다.
전통조각보부터 시작해 흉배(일종의 계급장)에 사용된 바느질 기법을 볼 수 있는 전통의상, 200년된 우리나라의 퀼트문화, 서양의 퀼트 등 국내외의 다양한 섬유예술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갖가지 종류의 예쁜 천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은 보자기라기보다는 큰 화폭에 담긴 기하하적인 그림처럼 보여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하다.


전통조각보와 퀼트를 통해 우리 전통 바느질 문화를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섬유예술 박물관인 ‘초전섬유·퀼트박물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섬유예술작품들을 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섬유예술을 공부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민족의 우수한 전통 섬유예술에 대한 지식을 얻고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곳이다.

1백여 년이 넘은 보자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북한 보자기 등의 우리 전통 조각보와 전통의상 및 흉배에서 볼 수 있는 전통자수, 활옷 등 한국의 전통섬유예술작품을 통해 미학적 가치를 지닌 한국 섬유 문화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만들어진 퀼트 작품 및 세계 각국의 전통 퀼트 및 섬유작품 등과 이외에도 세계 24개국의 전통 옷을 입힌 인형 등도 전시돼 있다.

전시품은 한국 전통자수 및 조각보 152점, 한국 전통 장신구 32점, 한국 전통 한복 89점, 중국 전통복식 및 자수품 260점, 중국 장신구 52점, 해외 전통퀼트 및 패치워크 95점, 해외 수직퀼트 25점, 세계의 민속 복식 인형 310점으로 총 1천여점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은은한 빛을 띤 다양한 색상의 천 조각들을 이어 만든 ‘우리의 전통 조각보’.

천연재료로 염색된 천 조각들과 이을 실의 색까지 맞춘 조화에서 섬세함과 세련미가 느껴진다.

달 밝은 밤, 곤히 잠든 서방님 곁에서 호롱불에 의지해 알뜰하게 살아보려고 한 땀 한 땀 꿰매던 것이 옷이 되고, 그 조각을 이은 것이 보가 되어 생활에 보탬이 되던 시절, 우리네 여인들이 만든 조각보는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소박함이 전해져온다.

현대에는 그 정성과 멋이 그 어떤 작품보다 훌륭하다고 평가돼 예술작품 재해석 되고 있으며, 특히 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의 조각보가 미국 첫 국제 초청작으로 선정돼 전시회를 가졌고, 이 외에도 몇 차례 외국에서 특별전이 열렸다.

개성지방의 보자기에서는 전통 조각보에서 보던 심플하고 절제된 미와는 다르게 반짝이는 비단 천에 갖가지를 수놓은 화려함이 돋보이는 보자기들이 많다. 장수를 상징하는 학, 부귀영화를 상징해 현재 혼수품에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란,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가 담긴 연꽃 등 수놓는 형상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무심하게 보면 그냥 보자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자. 나라마다 생김새부터 피부색, 언어, 음식 등이 다 다르듯이 보자기도 그 나라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자기의 모양과 기능, 자수 등 보자기 하나를 잘 살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의상에서는 다양한 바느질 기법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활의라고도 부르는 ‘활옷’이다. 원래는 조선 시대 공주와 옹주의 대례복이었지만 나중에는 서민의 혼례복으로도 이용된 활옷은 붉은색 비단에 노란색, 다홍색, 남색의 색동과 흰색 한삼을 달고, 가슴·등·소매 끝에는 연꽃, 모란 등으로 화려하게 수놓았다.

또한 옛날 의관제도에 의해 관리들의 품계를 표시하는 일종의 계급장인 ‘흉배’에서도 볼 수 있다. 왕가의 흉배는 용이나 봉황 같은 상상 속의 동물, 문관은 공작, 기러기 등의 날짐승, 무관은 호랑이, 멧돼지 등의 들짐승을 수놓아 관리들의 품계와 신분 고하를 표시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전시장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퀼트작품을 멀리서 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퀼트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섬유예술의 한 분야로 아미쉬 퀼트, 조각 퀼트, 맨드라미 아플리케, 메모리얼 크레이지 퀼트, 웨딩링 퀼트 등 기법에 따라 그 종류도 가지가지다.

서양의 퀼트작품 가운데 특이한 것은 수 백개의 넥타이를 이어 붙인 넥타이 퀼트. 넥타이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해 주시기 전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에서처럼 주변에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서양 퀼트의 공통점이자 퀼트의 매력이 아닐까. 또한 사람얼굴부터 기하학적 무늬까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박물관 나들이는 마지막 순서는 조금 특별하다. 보기만 했던 퀼트를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직접 바느질을 해가며 만든 작품은 가져갈 수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관람이 될 것이다.

꼭 관람이 아니더라도 학기 중 토요일, 체험학습장에는 바느질을 배워보려는 모여 체험수업을 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외에도 기획전이 자주 열려 해외 퀼트 작품이나 특별한 섬유예술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이번 3월에는 외국과의 친선교류 및 박물관 개관 11주년 기념 기획·초대전도 열린다.

그냥 가는 것보다는 보와 퀼트에 대해 알고 가면 좀 더 많은 것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우리 주변에 있던 것들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전통조각보와 퀼트를 통해 섬유예술을 관람은 일반 5천원, 중고생 및 군인 3천원, 12세 이하 어린이와 60세 이상은 2천원, 20인 이상의 단체는35~50% 할인 받을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어 오후 5시 폐관하며, 입장은 30분전까지 가능하다. 공휴일 및 일요일은 휴관하지만 기획전 및 특별전 기간에는 쉬지 않는다.

박물관이 남산과 가까워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좋다. 박물관에서 5~10분 정도의 거리에 남산 케이블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남산 산책로가 차례로 있어 하루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