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김기상, '사람은 개만도 못한가?'
서예가 김기상, '사람은 개만도 못한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0.08.04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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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강아지 통해 인간성 회복 새로운 통찰표현 ‘신애의충화진’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기자] 서예의 선은 회화의 선과 칼이 어느 물체의 형상을 표현하는 윤곽선이 아니고 비구상적인 선이다. 즉 물체의 형태 또는 대상의 연관성을 그리는 선이 아닌, 인간성과 연관성이 깊은 선을 말한다. 그래서 서예가들은 작품에 형태미 이상으로 서의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각자의 독특한 서법으로 작가의 미의식을 표출한다.

7월 28일에서 8월 1일까지 SETEC에서 열렸던 KASF2010(Korea Art Summer Festival)에도 많은 서예가들이 자신만의 서체로 인생의 의미와 인간의 생명 등과 관련해 미의 선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인간은 개를 버려도 개는 인간을 버리지 않는다’는 데서 인간의 행태에 대한 고발을 개의 발자국을 통해 전달하는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예가 김기상 선생의 작품 '신애의충화진(信'愛義忠和眞)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작품은 김선생이 어느 날 우연히 TV를 보는데 섬과 도로 등에 버려진 개의 모습이 비치는데서 출발한다.

김선생은 “개가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애처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개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줄 모르고 주인과 헤어진 장소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인을 기다리다 사고와 굶주림으로 죽는 일들은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개의 그런 마음을 특별히 표현할 길이 없어 개가 뛰어노는 모습을 발자국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벗을 만들기 위해 개와 함께 생활한다. 하지만 개와 사람이 벗이 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개는 사람에게 충직성을 보이며 사람을 따르고 보호한다. 그에 반해 사람은 개를 잠시 즐거움과 외로움의 목적으로 벗을 만들고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작품 ‘신애의충화진’은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고 벗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신(信)

애(愛)

의(義)

충(忠)

화(和)

진(眞)

‘신애의충화진(信愛義忠和眞)’는 여섯 한자를 통해 개들의 마음과 행동형태를 표현했다.

첫번 째 ‘신(信)’은 개들의 ‘따박따박’한 개의 발자욱을 따박따박 차분한 느낌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을 그려냈다.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면 상대에게 잘해 주고 싶어서 뭔가 급한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애(愛)’는 ‘후다닥’하는 속도감을 나타냈다.

‘의(義)’는 의리를 지키는 군상을 드러내고자 했다. ‘충(忠)’은 우직하게 한길로 내 주인에게 충성하고자하는 마음을 정렬로 표현해 냈다. ‘화(和)’는 서로 어우러져서 화목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그렸다.

‘진(眞)’은 위의 모든 다섯 글자를 아울러 이렇게 화목하게 사는 것이 참된 모습을 표현했다. ‘맑았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와 글씨가 누워 있는 것은 편안하라고 하는 의미를 담았다. 

김 선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람 간에 신의 없고 사랑 없이 사는 것에 대해 " ‘에이 개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쓴 소리 한마디 내뱉으며 인간들이 욕심과 다툼 없이 어우러져 살자고 하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