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브즈만칼럼]<만화가 고경일 인터뷰>
[옴브즈만칼럼]<만화가 고경일 인터뷰>
  • 최진용/문화예술경영연구소장
  • 승인 2010.08.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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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는 자아와 민족 인식하는 자아 사이의 갈등 부분 다뤘어야

일본과 만화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70년대 이후 한국으로 유입된 일본 만화들은 한국 내부에서 만화에 대한 관심을 키웠으며, 이는 다시 만화를 통해 일본적 색채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는 문제로 발전해 갔다.

고경일에 관한 인터뷰는 결국 일본 만화가 한국에 들어 온 이래 한국이 얼마나 일본 만화를 극복해가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처럼 보인다. 그런 면에서 고경일에 대한 인터뷰는 그리 타박할만한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고경일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과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고경일의 성향과 성격 모두 적절하게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인터뷰의 내용 또한 단순히 일본 만화와 한국 만하의 비교, 일본에 대한 흥미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고경일과 일본 만화, 만화 작업 간의 에피소드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고경일이 진행하고 있는 <만화로 보는 경술국치 100년>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올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고, 만화로서 그것을 풀어보자는 해석은 아주 신선하고 참신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서 전시회를 하며,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 지 알 수 없어 아쉬었다.

한편, 만화는 전후 일본을 위로하던 대표적인 매체였으나, 90년 대 이후에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의 발달과 더불어 한국의 만화계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고경일의 시선이 조금 담겨있었다면, 더 충실한 인터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만화의 위치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라든지 ‘고경일이 바라본 한국 만화의 발전 가능성’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 해외, 그것도 만화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한국 만화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만화나 게임이 더 이상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이상, 작가로 보는 만화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고경일의 시선이 인터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작가적 관념과 민족적 자긍심이 섞여 있는 것이라고 할 때, 만화를 그리는 자아와 민족을 인식하는 자아 사이의 갈등이 있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한 내밀한 질문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한쪽 방향, 그러니까 민족과 조국애를 위한 도구로써 만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편집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분명하게 말해서 고경일의 만화 세계는 그런 이념과 민족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얘기꺼리가 많을텐데, 그 부분을 놓침으로써 고경일이라는 작가의 세계가 좁게 느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