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균의 배우열전⑧
김은균의 배우열전⑧
  • 김은균 연극평론가
  • 승인 2010.08.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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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국립극단 배우 김종구

  “새로운 일들이 들어와서 나름대로는 꽤 분주해요. 하지만 마음한 구석은 허전한 감정이 많이 들지요. 뭔가 집 나온 기분이랄까?”

최근 국립극단이 해체되고 법인화의 진통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국립극단의 배우들이다. 매일 같이 오르내리던 남산의 연습실도 국립극장도 이제는 주인 없는 무주공산인 가운데 사람들의 술안줏감으로 전락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쓰릴지 헤아려지는 대목이다.
“어떤 이들은 국립극단 철밥통을 이야기 하지만 저는 그래도 한나라의 연극을 이끌어가는 국립극단은 존재해야한다고 합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지 않나요? 이런 부분들이 실용의 논리로 그때그때 작품별로 만들어 진다면 한나라의 연극예술은 어떻게 전통을 이어가겠습니까?”

  장마 때 만나자고 한 약속을 장마가 막 끝난 지난 30일 아르코 로비에서 만났다. 그만큼 요즘에 여러 일정으로 바쁜 날을 보낸다고 했다. 더군다나 최근에 호평 받은 영화 <시>에서 박 형사로 분한 영향 때문인지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였다. 지난 서울연극제 <홍어>를 필두로 류중렬 연출과의 <백범 김구> 그리고 청운대의 이송교수와 새로운 작품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시>에서 그가 맡은 박 형사는 신비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물이었다. 시를 한 소절 읊고 나서 음담패설로 마무리하는 박 형사는 미자(윤정희)의 주변에서 배회하면서 미자의 선택을 은연중에 돕기도 한다. 생전처음 보는 인물이 이 묘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뿜어내는데 이런 천연덕스러움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그를 매력 있는 인물로 주목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예전에 배우와 시인과 함께 하는 자리가 있어 시낭송을 해보긴 했는데, 이창동 감독께서 시란 낭독자의 정서에 맞게 하면 된다, 그게 정답이라고 요구하셨어요. 서정적으로 읽을 수도 있고, 미친 척 읽을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는 사실 제가 자주 가는 버스정류장에 쓰여져 있어서 좀 편했고 감독의 요구가 ‘너에게 묻는다’의 경우, 조금 강하게 도발적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하시기에 악센트를 많이 넣었습니다. 영화의 속성을 알아가고 완급조절을 익히면서 연기가 많이 편해졌습니다”

  다시 국립극단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의 주제가 옮겨지자 “사실 저도 힘들었지요. 그래도 매일 같이 모시던 백성희 선생님과 장민호 선생님 그리고 선배님들과 동료들, 후배들 매일같이 얼굴을 대하던 이들을 못 만난다는 사실 때문에 처음엔 우울증이 왔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가 정신과 의사라 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극복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친구가 꽤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데 그 친구는 연극을 통해서 우울증 극복을 한다더군요. 그만큼 연극에는 치료효과가 있는가 봅니다.”  

   그는 실험극장 출신으로 국립극단에 들어가 30년 가까이 국립극단 무대에 서왔었다. 엄숙하면서도 묘하게 웃긴 희극적인 캐릭터의 연기는 아직도 그를 무대에서 돋보이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언젠가 백윤식씨가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보여준 심각하면서도 인간의 허위가 드러나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후 대한민국 영화계를 접수한 백윤식의 연기처럼 김종구의 연기도 조만간 국립극장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전역을 무대로 활동할 것이라는 바람을 가지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