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골라~ 이것도 천원, 저것도 천원!"
"골라 골라~ 이것도 천원, 저것도 천원!"
  • 박솔빈 기자
  • 승인 2010.08.1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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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뚝섬 유원지 벼룩시장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회색빛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토요일 정오, 7호선 뚝섬 유원지 역은 한가롭기 그지없었다. 헛도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사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인구가 극적으로 늘었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니 넓은 광장 안에 사람이 가득이었다. 유모차에 실린 갓난아기부터 자전거 타고 마실 나오신 할아버지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온갖 물건이 자리를 펴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못 입는 옷, 다 읽은 동화책과 문제집을 내놨다. 가격도 500원, 1000원 고만고만이다. 뜨거운 햇볕에 그늘막 텐트까지 쳐놓고 장사에 열심이었다.

"다 천원! 다 천원에 드려요! 새 장난감입니다!"

초등학교도 겨우 들어갔을 것 같은 조그만 녀석이 TV에서 배웠는지 엄마에게 배웠는지 잘도 소리치고 있었다.

"저요? 저번 달에 왔었어요. 그 때는 옛날에 입었던 옷이랑 신발이랑 작아서 못 쓰는 거 가져왔는데요, 이번엔 장난감이랑 엄마 가방이요."

돗자리에 펼쳐져 있는 것은 로봇이니 기차니, 유아용 장난감과 여성용 가방. 그나마도 몇개 되지 않는다. 벌써 다 팔린 것일까?

"이게 단데요? 온 지 한시간도 안됐어요."

한 여성은 테이블을 펴 놓고 그 위에 접시나 커피잔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몇점되지 않지만 빈티지 느낌이 물씬 나는 물건들이었다. 커피잔 앞에는 '세트 만원', 접시 앞에는 '일제시대 접시 1개당 오천원' 친절하게 가격이 적힌 종이가 세워져 있었다.

그 옆 자리는 바퀴벌레 퇴치 약, 오래된 카메라, 낡은 MP3, 원래 가격도 500원이었을 것 같은 공책들... 온갖 잡다한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심지어 어린이용 자전거도 있었다.

이들처럼 집에서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적으로 벼룩시장만 돌며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있다. 가방, 신발, 산더미처럼 쌓인 헌옷. 사람들은 많은 물건을 가진 상인들 앞을 기웃거렸다.

다른 사람 두배는 될법한 자리를 깔고 명품가방, 짝퉁가방을 늘어놓는 상인은 벌써부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건 2만원, 이건 만원. 아, 이건 진짜는 아니고, 짝퉁."

능청스럽게 흐흐 웃는 얼굴로 가방을 들어보인다.

"아가씨, 이거 봐요. 이 가방이 MC*인데 진짜라니까."

가방이 가득 놓인 상인의 옆 자리 아가씨들도 관심있는 눈치로, 가방을 만지작거렸다. 햇빛으로 가리려 커다란 골프 우산 밑에 숨은 아가씨들은 유행 지난 옷을 가지런히 펴놓고 있었다. 모자부터 윗옷, 아래옷, 악세사리, 가방에 신발까지 마네킹에 입히듯 구색을 맞춰 놓았다.

"이 가방은 만원이요. 신발은 3천원이에요."

알록달록 큐빅 박힌 단화는 조금 컸지만 뭐 어떤가, 3천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