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최윤경 인턴기자] 인물과 그들의 삶을 찍는 워커 에반스.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1903~1975)의 개인전 ‘Walker Evans Retrospective’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워커 에반스展’은 워커 에반스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존 힐(John T. Hill, 전 예일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초대학장)이 한미사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개인전으로써 워커 에반스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1929년, 워커 에반스는 시적인 표현을 도입해 ‘서정적 다큐멘터리(Lyric Documentary)’ 작품을 선보였고 그의 문화비평적 시각은 현대사진의 출발을 알렸다. 더불어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워커 에반스는 1930년대 중반, FSA(Farm Security Administation, 미국 농업안정국) 에 고용돼 미국 경제대공황 시기의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삶을 찍어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FSA는 루즈벨트 제 32대 대통령의 뉴딜 정책 실시를 위해 대공황 시절, 척박했던 미국 남동부 지역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설립된 부서다.
그는 약 1년 6개월 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역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삶이 드러나는 공간을 중점적으로 촬영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워커 에반스의 FSA시절의 작품을 포함, 쿠바, 지하철 초상(Subway Portrait), 그리고 포춘(Fortune 誌)지 부편집장 시절 작품까지 총 140점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매체의 고유한 특성을 재인식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는 그의 대표작품들로 인해 1930년대 중반의 미국 경제대공황 시기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그의 사진을 토대로 제작한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어 작가의 작품들을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워커 에반스展’을 방문한 국내 유명 사진관련 인사들을 현장에서 사진으로 담은 후 인화한 사진에 담긴 친필사인과 짧은 축하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전시관 한편에는 동일한 이미지를 워커 에반스의 젤라틴 실버 프린트와 디지털 프린트를 대비해 비교한 전시가 돋보인다. 이 아이디어는 8x10 인치의 대형 카메라를 사용한 워커 에반스의 작품의 사이즈를 확대해 전시 했을 때 세부적인 부분까지 확인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착안한 존 힐의 제안으로 구성됐다.
‘워커 에반스展’의 특징 중 하나는, 카메라를 하나씩 어깨에 맨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사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입장권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진학과에 재학중인 김준교 학생은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번 전시는 참 특별하다”고 말하며 “당시의 미국 시대상을 지금처럼 좋은 카메라나 보조기구 없이 이렇게 섬세하게 담아 낸 워커 에반스의 사진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한미사진미술관은 매일 오후 4시 ‘워커 에반스展’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설명을 제공한다. 단, 10인 이상 단체관람만 가능하며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보다 자세한 문의는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 www.photomuseum.or.kr)으로 하면 된다.
한편, 깔끔하고 모던한 전시관을 갖춘 한미사진미술전시관(송파구 방이동 소재)은 한미타워 19층과 20층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전시관은 한미문화예술재단이 설립한 국내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전시는 물론 사진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작가지원 및 학술, 출판, 국제교류활동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