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보급 명화 총망라 ‘아시아 리얼리즘’展
아시아 국보급 명화 총망라 ‘아시아 리얼리즘’展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8.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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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주제로 보는 아시아 100년 역사 속 예술가들의 리얼스토리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이 지난 7월 27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아시아 리얼리즘(REALISM IN ASIAN ART)’展이 방학을 맞아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 ‘아시아 리얼리즘(REALISM IN ASIAN ART)’展이 열리고 있는 덕수궁 미술관 전경

국립현대미술관과 싱가포르국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해 양국의 국립미술관을 순회하며, 아시아 10개국(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의 약 40여개 소장처로부터 대여한 104점의 회화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작품 13점을 제외한 모든 전시 작품이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해외 반출이 불가한 작품들의 허가를 얻기 위해 국가적 외교력이 총동원 될 정도의 대규모 전시다. 전시도록만 해도 3년간의 연구 성과물을 집적돼있으며, 아시아 각국의 미술사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 25명의 필진이 참여해 제작했을 정도다.

▲‘아시아 리얼리즘(REALISM IN ASIAN ART)’展은 덕수궁 미술관 전관을 사용하는 대규모 전시다

‘아시아 리얼리즘’展은 19세기말 서양과의 접촉을 통한 새로운‘재현’의 기술로써 리얼리즘이 도입되는 과정서부터 20세기의 다사다난했던 아시아의 역사를 관통한다. 그 속에서 나와 주변, ‘현실’에 대한 자발적인 인식이 성장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층위의 ‘리얼리즘’ 담론과 만나게 된다. 즉, 아시아의 격변기를 살다간 예술가들의 리얼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

다카하시 유이치(일본), 암리타 세르길(인도), 아모르솔로(필리핀), 수조요노(인도네시아), 푸아 하리피딱(타이), 첸수핑(싱가포르), 후세인 에나스(말레이시아), 이쾌대(한국) 등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근대 작가들의 작품이 총망라된 이번 전시는 ▲새로운 재현 형식으로써의 리얼리즘 ▲은유와 태도로써의 향토 ▲노동자를 환호하다 ▲전쟁과 리얼리즘 ▲사회 인식과 비판_새로운 리얼리즘을 향하여 라는 다섯 주제로 아시아 100년 역사를 관통한다.

▲방학을 맞은 학생 및 일반 시민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 ‘아시아 리얼리즘(REALISM IN ASIAN ART)’展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지금까지 아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아시아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20세기 내내 아시아 다른 나라와 한국은 매우 유사한 문화적 충격, 식민지 구조, 이념 갈등, 정치적 격변을 경험했다. 이러한 공통된 경험을 토대로, 다르지만 유사한 미술적 성과들이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의 시대’로 표현되는 거대한 20세기의 대서사 못지않게, 한 시대를 진실하게 살다간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이야기들이 중요하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것”을 부탁했다.

한편, 작품들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매 시간마다 큐레이터가 주요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작품설명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10시, 12시 30분, 15시, 16시, 17시(금·토·일에는 18시 30분 추가)에는 주요작품들 설명이, 11시와 13시에는 어린이특별설명이 진행된다. 14시에는 ‘국가별테마설명-인도네시아’가 진행된다.

▲큐레이터로부터 작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작품설명프로그램에 참여한 관람객들의 모습

이와 함께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전시감상 가이드 ▲중등교사 대상 워크숍 ▲대학생과 일반인 대상으로 큐레이터와의 대화와 명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세계사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음악회, 미술대회 등 다양한 전시연계 이벤트도 마련된다.

▲덕수궁 미술관 한편에는 전시회 관련 도록을 읽어볼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따로 마련돼있다

오는 10월 10일까지 덕수궁(중구 정동 소재) 내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금·토·일 오후 8시 30분까지)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사진 촬영 및 음식물 반입은 금지다.

전시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아시아 리얼리즘 전시 홈페이지(http://asia.moca.go.kr) 혹은 02)2188-6000, 02)2022-0600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오이란-다카하시 유이치(일본)/1872년/캔버스에 유채/도쿄예술대학교미술관 소장

▲푼착 고개-라덴 살레(인도네시아)/1871년/캔버스에 유채/개인 소장

◈은유와 태도로서의 향토

20세기 전반, 대부분의 식민지적 상황 속에서 민족에 대한 인식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자국 민족의 오랜 삶의 터전인 농촌 생활의 묘사는 일종의 향수와 동경의 대상이 됐다.

평화롭고 아름답게 묘사되는 ‘향토’의 이상화된 이미지는 현실도피의 도구가 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터 잡고 있는 주변의 자연과 환경에 대해 진정 어린 관심은 어떠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자발적인 민족의식을 찾아가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고투를 읽게 한다.

이는 이 주제가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유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낭카바우 마을-와키디(인도네시아)/1950년대/캔버스에 유채/위홍진 소장

▲사테 파는 소년-조셋 첸(싱가포르)/1964년/캔버스에 유채/ 싱가포르국가유산위원회 소장

▲모내기-페르난도 아모르솔로(필리핀)/1924년/캔버스에 유채/파울리노 케 부부 소장

◈노동자를 환호하다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이 미술 주제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아시아적 전통에 비춰볼 때 매우 새로운 현상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1920~40년대의 폭발적인 시기를 중심으로 거리의 걸인, 노동자, 농민, 일반 민중의 삶에 미술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다. 

이러한 인식은 제 2차 대전 이후에도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극단적인 지점으로까지 나아갔다. 노동자, 농민, 예술가, 지식인 계층의 구분 자체를 부정한 채, 노동자 이미지를 영웅화하는 작업은 계속됐다.

▲무쇠팔-이기사키 에이타로(일본)/1929년/캔버스에 유채/도쿄국립근대미술관 소장

▲병아리와 함께 있는 여자/트루부스 수다르소노(인도네시아)/1960년/캔버스에 유채/싱가포르국가유산위원회 소장

▲선수이 노동자-라이풍모이(말레이시아)/1967년/캔버스에 유채/말레이시아국립미술관 소장

◈전쟁과 리얼리즘

아시아의 국가들이 20세기에 직면했던 가장 영향력 있는 현실 중의 하나는, 세계 대전의 포화 속에 있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2차대전 이후에도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한국전쟁, 베트남전 등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는 미술형식으로서, 리얼리즘 회화가 유행하는 중요한 이유를 제공했다. 전쟁 상황을 기록하고, 전후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며, 승전을 기념하고 선전하는 목적을 위해 리얼리즘 회화는 유용한 수단이 됐다.

▲1972년 하노이 크리스마스 폭격-판깨안(베트남)/1985년/보드에 옻칠/위트니스 컬렉션

◈사회 인식과 비판_새로운 리얼리즘을 향하여

20세기 후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식민지적 상황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지만, ▲식민지적 사회구조의 반복 ▲정치적 부정 ▲이데올로기의 갈등은 지식인으로서의 예술가에게 다양한 예술적 화두를 제공했다.

공산주의를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1950~60년대 추상미술이 제도화되는 시기를 거친 후, 리얼리즘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등장했다. 한국, 필리핀, 타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발언을 예술의 존재 근거로 주장한 새로운 리얼리즘 운동이 일어났다.

▲잠재의식 #1-끼에띠낙 차논낫(타일랜드)/1980년/캔버스에 혼합재료/디사플 찬시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