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여관,‘눈먼 자들의 도시'에 발을 들이다
보안여관,‘눈먼 자들의 도시'에 발을 들이다
  • 최윤경 인턴기자
  • 승인 2010.08.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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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작가,하얗게 보이지 않는 세상ㆍ무너져가는 세상을 이야기하다

[서울문화투데이=최윤경 인턴기자] 드디어 ‘눈먼 자들의 도시展’이 열렸다.

▲ 통의동에 위치한 '보안여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재해석해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눈먼 자들의 도시展’이 오늘 첫 손님을 맞았다.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보안여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한적한 청와대 길에 위치해 깊은 생각에 잠겨 11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직접 설치한 작품을 감상하기 알맞았다. 각각의 방을 맡은 작가들은 자신의 방에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털어 놓는 듯 했다.

▲ 하태범 작가의 방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내용과 실제로 80년의 역사를 지닌 ‘보안여관’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각각의 작가가 가진 고유한 작품세계가 ‘장소 특징적(site-specific)예술’을 창조해냈다.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넘어 새로운 방식의 전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눈먼 자들의 도시展’. 현재 몸담고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다.

1층에는 방병상, 서평주, 김주리, 권대훈, 하태범, 김진란 작가의 작품전시를 볼 수 있다. 방병상 작가는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는 도시 속의 장소를 포착, 그 안에 숨은 공허한 현대인의 심리를 표현했다. 신문 위에 재치있는 낙서로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서평주 작가는 자신의 낙서 신문으로 사회적 가치의 척도가 담신 새로운 시력 테스트기를 설치했다. 김주리 작가는 빨간 벽돌집을 점토로 빚어 완전했던 집이 전시 기간 동안 점점 무너져 사라지는 작업을 보여주며 도시 속에 사라져가는 풍경을 표현한다.

▲ 김진란 작가의 방

또한, 권대훈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빛의 방향이 바뀔 때 마다 변하는 형상을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 허구의 여관방을 설정하고 모든 소품을 하얗게 칠한 작품을 선보이는 하태범의 전시도 독특하다. 1층의 마지막 전시관인 김진란 작가의 방은 바닥이 모두 하얀 비누로 만들어졌다. 매주 토요일 5시에 그녀의 걸레질을 하며 일상의 굴레 안에 살아가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2층에는 최승훈&박선민 작가가 공동 작업한 방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속의 눈먼 등장인물들과 얼굴 전체를 가린 테러리스트가 가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청계천 재개발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기존 사진작업의 부분에 확장 설치작업을 더해 흥미있는 전시를 연출한 안세권 작가의 작품도 보는이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 최수앙 작가의 작품

더불어, 최수앙 작가는 한 쪽 다리가 없는 말과 사용할 수 없게 된 의족, 다리가 하나 없는 테이블 등 상징적 조각과 오브제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실제 화장실로 쓰였던 장소를 새롭게 복원한 정만영 작가는 사운드아트를 통해 새로운 공간의 발견과 체험의 기회를 열어준다.

전시를 관람한 이민영씨는 “이런 곳(보안여관)이 미술관으로 재탄생 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무너져가는 이 여관의 내부와 작가들이 표현하는 이 세상의 현실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감탄하며 “특히, 권대훈 작가의 작품을 볼 때 주변에 구석구석 늘어진 거미줄과 어두운 조명, 그리고 끼익 소리가 나는 마룻바닥이 온 몸의 털을 곤두서게끔 했다”고 밝혔다.

▲ '보안여관' 내부

한편, ‘통의동 보안여관’은 (주)메타로그 아트서비스가 운영하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청와대 경복궁이 있는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보안여관’은 80년전부터 여관으로 사용 되다가 2007년부터 문화예술이라는 새로운 투숙객들을 받기 시작했다. ‘눈먼 자들의 도시展’은 오는 11일까지 열린다.

문의: 통의동 보안여관 (주)메타로그 아트서비스 (02-720-8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