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로 보는 역사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
포스터로 보는 역사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8.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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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기·정체기·발아기·초창기·발전기·도약기·성숙기로 보는 우리나라 포스터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 전시장 입구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의 해를 맞이해 한국포스터디자인 1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한국의 포스터디자인 비전을 제시할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을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심재진)과 근현대디자인박물관(관장 박암종)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 홀(지하 1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약 100년간의 우리나라 포스터디자인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포스터에 나타난 시대별 사회상을 조망해 본다.

▲전시장 내부 모습(도약기 part)

▲수많은 관객들로 성황을 이룬 전시회장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 포스터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개화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한국포스터 중에서 각 시대상을 반영하고 대표할 수 있으며 사료적 가치가 높고, 심미성과 혁신성을 갖춘 포스터 약 140점을 선별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포스터 역사를 ▲태동기 ▲정체기 ▲발아기 ▲초창기  ▲발전기 ▲도약기 ▲성숙기의 파트 별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태동기(1876~1910)에서는 서구문화의 유입과 함께 근대 디자인의 개념이 태동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포스터들을 보여준다. 당시 제작된 포스터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유형을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은 족자형 게시물이다. 고종, 순종 황제나 왕세자 등의 인물도 혹은 황실 관련 가족도 등이 남아있는 상태다.

일제 강점으로 인해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는 정체기(1910~1945)를 맞이했다. 당시의 포스터는 대부분 구상적인 형태로 표현됐다. 여성들이 주로 등장한다는 점과 상품 판촉용 포스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삼산약업주식회사 포스터/ 1930년대

광복 후 좌우익의 대결에 이어 6.25 전쟁까지 치루게 된 후 산업시설이 재건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와 기업, 언론에서 각종 디자인 육성책을 마련하는 발아기(1945~1961)로 접어들게 된다. 포스터 제작에 회화작가들이 많이 참여해 계몽적인 내용과 구상적 형태가 대부분이었으며, 직설적 기법을 통해 형태도 매우 구체적이었다.

▲육군본부 반공 포스터/ 1950년대

‘미술수출’이라는 구호를 내건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품 디자인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양산과 상공미술전람회를 기점으로 아이디어가 뛰어난 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전보다 패턴화되고 명료한 표현방법을 사용했다. 이때가 우리나라 포스터의 초창기(1961~1976)라고 할 수 있다.

▲제7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 포스터/ 1971년

이후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디자인은 보다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가는 발전기(1976~1988)를 맞이하게 된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나타내야 하는 국제적 행사가 많아짐으로 인해 구상적 내용을 보다 단순화시키고 상징화한 한국적 형상을 사용한 포스터가 대부분이었다.

▲국풍 81 포스터/ 1981년

국제교류활동과 해외 디자인진흥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비롯 국내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한국형 제품들이 개발된 시기인 도약기(1988~2000)는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디자인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 때이기도 하다. 사진이나 컴퓨터그래픽 등을 이용해 생산된 기하학적인 형태를 주요 소재로 사용한 이 시기의 포스터는 개념적이고도 추상적인 형태를 주로 사용한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제11회 파리국제포스터살롱 대상 포스터 - 아식스/ 1997년

2000년부터 오늘에까지 이르는 성숙기 시기엔 여러 세계 디자인대회 개최를 통해 한국디자인의 위상을 고조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국성 보다는 보편적 가치성을 추구하며 캘리그래피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졌고, 독특한 인쇄기법을 통한 글로벌 마인드를 자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에서 소장하고 있는 약 10여점의 포스터도 최초로 공개되는 이번 자리는 포스터디자인역사와 재미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시민고객 체험코너(이벤트존,  스크린영상존)를 상설운영하고 있다.

이벤트존에서는 전시회에 출품한 여성 인물 포스터 중 총 16명의 인물을 엄선해 한 곳에 게시, 관람자들에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스티커를 붙이게 해 ‘가장 아름다운 여성 포스터’를 선정하게 된다.

▲이벤트존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스티커를 붙여 ‘가장 아름다운 여성 포스터’를 선정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스크린영상존에서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우리나라 주요 포스터의 사진과 함께 이것을 제작한 주요 디자이너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정리돼 관람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전시된 주요 포스터들을 제작한 디자이너들의 사진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오는 9월 2일엔 시민고객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포스터, 시대를 그려내다’를 주제로 한 강연회는 행사 당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관장 및 백금남 성균관대 교수, 변추석 2002 한일 월드컵 공식 포스터 디자이너 등 세 명의 강연자가 참여해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 제작 후기담 ▲포스터에 숨겨진 일화 등을 설명할 예정인 강연에 참여를 원하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홀(02-2266-7188)로 문의 및 접수하면 된다.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는 해외로부터 포스터를 대여해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포스터를 선정하여 전시하는 것이기에 그동안 개최되었던 포스터디자인 역사전과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개화기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상을 반영한 우리나라 포스터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3일까지 계속 된다.

한편, 지난 16일에는 심재진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정국현 DDP 운영자문위원 위원장,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 오근제 홍익대 명예교수, 여승구 화봉책박물관 관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및 관람객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 개막행사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지난 16일 동대문역사박물관 이벤트홀에서 참석 주요 내빈들의 테이프커팅으로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展 개막행사를 알렸다

테이프커팅을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심재진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여러분들게 좀 더 가치 있는 전시를 보여주기 위해 귀중한 포스터들도 준비했다. 오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리며,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재진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진 인사말에서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은 “8월 15일은 광복절이자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가 100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의 출발 시점에 서있다”고 운을 뗀 뒤 “개화기 때부터 지금까지 약 100년의 포스터 역사 흐름을 볼 수 있는 이런 뜻 깊은 전시를 개최하게 돼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은 인사말에서“8월 15일은 광복절이자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가 100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의 출발 시점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막행사가 끝난 후에는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의 간단한 작품 설명도 진행돼 참석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이 개막행사에 참여한 내빈들에게 주요 작품들을 소개·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