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부인 목순옥여사, 남편있는 곳으로 소풍 떠나
천상병 부인 목순옥여사, 남편있는 곳으로 소풍 떠나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0.08.2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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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일기로 타계, 문학계 애도의 물결, 가수 최백호씨 개인적 친분으로 빈소 찾아 눈길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기자] 지난한 시대의 애절한 망부가 이제 끝맺음을 하는가?

천상병 시인(1930~1993)의 영원한 동반자 목순옥 여사가 향년 75세 일기로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돌아갔다.


목여사는 26일 오후 3시 경 강북 삼성병원에서 이승의 끈을 놓고 남편인 천상병 시인과 의 해후를 위해 하늘나라로 또 다른 소풍을 떠났다. 천상병 시인의 시화전 첫날인 23일 복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이틀째 패혈증이 겹쳐 결국 이승과 이별을 고하게 된 것이다.

고인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오빠 친구인 천상병 시인을 만났다. 1972년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주례로 결혼 한 후 인사동에 ‘귀천’이라는 찻집을 운영하며 남편인 천 시인의 생전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천 시인 사후에는 천상병 추모사업회이사장을 맡아 남편이자 시대의 불운아인 천 시인의 업적을 기리는데 혼신을 기울여 왔다.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문단을 비롯 각계의 조화가 답지했으며 생전의 목 여사를 존경하는 후배와 천 시인의 선 후배들 지인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26일 밤 늦은 시간 빈소에는 가수 최백호씨가 모습을 나타냈다.

최씨는 “평소에 고인과는 깊은 교류는 없었으나 주위의 절친한 분들과 목여사와의 친분으로 빈소를 찾았다”고 밝히고 “지난해 최씨가 인사동에서 그림 전시회를 열었을 때 목여사가 찾아와 격려를 해 주며 마음을 나눴던 것이 크게 마음으로 다가왔다”며 고인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아울러 최 씨는 “목여사는 몇 번 뵀는데, 그야말로 천사였다”며 “(돌아가신 것이)어떤 면에선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소풍 끝내고 가셨으니...”라며 고인의 영면에 축복을 보냈다.

▲가수 최백호 씨

이 자리에서 만난 인사동 ‘아라’(亞羅)의 김명성 대표는 생전의 천 시인과의 인연과 이후 목여사와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았던 만남을 시로서 표현해 냈다.

그대가 스러지는 노을
답장도 없는 편지라며는
나는 사링이라는 여비
하나 남기고간 아내랍니다.
그대가 또다시 새벽이
왔노라고 우기신다면
저는 그제서야 가난한
첫날밤을 세고 있답니다.
-김명성-

김 대표는 두 분이 신혼여행도 못간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인 ‘노을’과 ‘편지’, ‘사랑’을 엮어 넣어 목여사의 영전에 바쳤다.

 이 자리에서 시를 본 가수 최백호씨는 이 시를 꼭 노래로 만들어 부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문단에서는 “목 여사는 참 외롭게 한 시대를 살다 갔지만, 하늘나라에서 어린왕자 천 시인과 이승에서 못다한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 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발인 하루 전날인 28일 병원 앞마당에서는 소리꾼 장사익씨의 망부가 한마당이 펼쳐질 예정이다.발인은 29일이며 장지는 의정부시립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