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박물관, 한의학의 향기에 젖다
허준박물관, 한의학의 향기에 젖다
  • 성열한 기자
  • 승인 2010.08.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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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선생의 업적과 삶, 우리 의학이 역사까지 한곳에

[서울문화투데이=성열한 기자] 2000년대 초 센세이션을 일으킨 드라마 <허준>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許浚, 1537~1615) 선생은 실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임진왜란을 겪고 폐위된 임금 광해군을 모시며 온갖 세류에 휩쓸리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이뤄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1613>이다. 그의 저서 <동의보감>은 2009년 7월 31일 바베이도스 브리지타운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9차 세계유산 국제자문회의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허준박물관은 이러한 허준 선생의 업적과 의학적 지식을 기리고자 설립된 곳이다. <동의보감> 완성 400주년을 맞아 허준박물관을 찾았다.

▲허준박물관의 전경

허준박물관은 지상3층, 연면적 3,934㎡ 규모로 지난 2005년 3월 23일 처음 문을 열었다. 의성 허준 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동의보감>을 비롯한 많은 저서를 집필하고, 돌아가신 곳으로 잘 알려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해 있다. 허준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알 수 있는 자료들뿐 만 아니라 한의학 관련 자료들까지 보존·수집·전시해 한의학박물관으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박물관은 3층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의 1층 주차장과 관리시설이 있고 2층은 휴게실과 뮤지엄샵, 시청각실 등 부대시설이 위치해 있다. 주요 전시는 3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데, 크게 ▲허준기념실 ▲약초·약재실 ▲의약기실 ▲체험공간실 ▲내의원·한의원실 ▲약갈기 체험실 등 6개의 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먼저 허준기념실에서는 허준 선생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을 볼 수 있다. 내의원 의관으로 궁중에서 벼슬을 시작해 왕의 병을 진료하는 어의로 활약했던 모습을 비롯해 한국의학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동의보감>의 여러 판본과 제작과정을 소개하고 있는 공간이다.

▲허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동의보감> 훈련도감자본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은 ‘동양의학의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으로 과학적 입장에서 당시의 의학 지식을 총정리하고, 국내외 180여 종의 의서를 참고해 제작됐다. 1212종의 약재에 대한 자료와 4497종의 처방을 수록했는데, 특히 우리나라 산천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의 이름이 한글로 637종이나 수록돼, 국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도 평가되고 있다.

▲<동의보감>의 5가지 구성을 볼 수 있는 전시실

허준 박물관에서는 <동의보감>의 5가지 구성인 내경편(內景篇)·외형편(外形篇)·잡병편(雜病篇)·탕액편(湯液篇)·침구편(鍼灸篇)을 한 눈에 구별해 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이 밖에 전염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증상, 처방 및 전염병의 특징과 종류에 대해 기술한 보물 제1087-2호 <신찬벽온방(新纂?瘟方),1613>과 구급 의서인 <언해구급방(諺解救急方),1607>, 진맥에 관한 의서인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1612> 등의 허준 선생의 저서들을 볼 수 있다.

더불어 질병으로 127종으로 크게 구분해 우리나라 구급방서 중에 가장 완비된 희귀 의서로 인정받는 보물1236-2호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 1489>과 세종대왕 때부터 편찬한 동양 최대의 의학사전인 <의방유취(醫方類聚),1477> 유성용이 펴낸 침구에 관한의 전문의서인 <침경요결(鍼經要訣),1600> 등 다양한 옛 의학서들도 전시돼 있다.

약초·약재실은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각종 약초와 약재들이 소개돼있다. 정보검색대를 통해 약초에 대한 전설과 각종 약의 효능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대대로 내려오는 유명한 보약인 쌍화탕, 십전대보탕,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사용되는 약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그 효능까지 알아 볼 수 있다.

의약기실은 침과 부황단지 등 다양한 의료기와 함께 산이나 들에서 약초를 채취할 때 사용하던 채약도구, 약재를 가루로 빻는 데 사용하는 기구들인 약연, 약맷돌, 약절구, 유발 등의 약연기가 전시돼 있다. 약을 달일 때 쓰는 기구인 약탕기, 약을 담거나 따를 때 쓰는 약성주기(藥盛注器), 약을 담아 보관하거나 저장하는 약장기(藥欌器), 약의 분량과 무게를 잴 때 쓰는 약도량형기(藥度量衡器) 등도 직접 볼 수 있다.

허준 선생이 44년 동안 근무했던 왕실의료기관 덕수궁에 있는 내의원(덕수궁 왕실 의료기관)과 조선시대의 한의원을 그대로 복원한 축소모형이 전시돼 있는 내의원·한의원실도 매우 흥미롭다. 드라마 <허준>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간과 인물들을 그대로 재현했다.

▲'나만의 <동의보감> 만들기' 체험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곳은 체험공간실이다. 이제마(李濟馬, 1837~1900)의 사상의학 이론에 따라 재미있게 자신의 체질을 알아보고 혈압도 직접 측정해 건강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약재를 찧어보거나 갈아 직접 싸보는 약첩싸기도 체험할 수 있고, <동의보감>에 나오는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나 명당부위(明堂部位) 모형을 통해 우리 몸 속 장기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2006년 서울시 우수조망 명소로 선정된 옥상 정원에서는 한강과 강 건너 북한산 등을 볼 수 있는 휴식공간과 <동의보감>에 수록돼 있는 70여종의 약초들이 심어져 있는 약초원이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허준박물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토요 휴업일인인 2·4주에는 ‘나만의 <동의보감> 만들기’와 ‘약재 공예 만들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방학 기간 중에는 ‘어린이 허준교실’와 ‘헬로우! 허준캠프’ 등의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박물관 대학과 허준 건강의학 교실 등 성인들을 위한 문화교육프로그램 또한 마련돼 있다.

▲김쾌장 허준 박물관장

박물관을 설립하게 된 취지가 궁금합니다.

허준 선생이 집필한 <동의보감>이 작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를 맞았습니다. 그런 허준 선생이 태어나 성장하고, 후에 귀향을 왔던 곳도, 바로 현재의 서울 가양동이죠. 44년간을 내의원에서 왕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저술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귀향을 가 있을 때뿐이 없었습니다. 결국 바로 이곳이 <동의보감>을 완성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인연으로 국비와 시비, 구비를 받아 5년간 박물관 설립을 준비해 2년에 걸쳐 박물관을 지었고, 현재 개관한지 5년 5개월째를 맞이했습니다. 허준 선생의 빛나는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성격을 뛴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허준 박물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허준이라는 인물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독특한 인물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박물관은 자수, 보석, 농기구, 우표 등과 같이 특정한 유물을 수집한 특수박물관이나 전문박물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솔직히 말하면 허준 선생님 관련 자료가 국내에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있다고 전해지는 집필, 편지, 약방문 등은 가짜가 많고 진품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허준 선생이 의학자로서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우리 의학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전시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어린 관람객들이 많아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제일 많이 오는 손님은 유치원생입니다. 최근에는 유치원생들 이동하기 편하도록 차량이 잘 보급돼 있고 유치원생들은 또 무료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유치원생을 비롯한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박물관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학부모님들도 많이 찾고 계신 것 같아요.

어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돼 있는 것 같은데요.

허준 박물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주 많은 편입니다. ‘헬로우! 허준 캠프’는 천안 국립청소년 연수원에서 1박2일 동안 영어 강사가 동원돼 허준 영어연극, 영어엽서쓰기, 의학용어 맞추기, <동의보감> 속 건강 체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 1년에 10번 ‘어린이 허준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첫날에는 허준 선생을 비롯해 우리 역사를 빛낸 황희, 이이, 신사임당에 관한 유적지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아요. 둘째날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구선왕도구’와 ‘총명환’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토요 휴업일인 두 번째주와 네 번째 주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해, 오침안정법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책을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인 ‘나만의 <동의보감>만들기’와 천연 약초의 명칭과 효능을 알아가며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는 ‘약재 공예 만들기’ 등의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습니다. 우리 박물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죠.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한 부산의 학부모께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첫 비행기로 우리 박물관을 방문해 주신 적이 있다. 경기도 용인이나 구리, 남양주 정도에서 온 관람객들은 종종 있지만, 부산에서 온 경우는 많지 않아 의아해 했었죠. 그 학부모는 아이를 위한 방학프로그램을 찾던 중 허준 박물관의 ‘나만의 <동의보감> 만들기’ 프로그램 사진 속에 오침안정법을 봤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 학부모는 도서관 사서였는데, 대학시절 원로교수에게 배운 오침안정법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죠. 이렇게 지방에서까지 관심을 갖고 박물관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아! 이런 프로그램을 좀 더 열심히 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나요?

금년이 <동의보감> 완성 400주년입니다. 또 박물관을 개관한지도 5주년이 됐죠. 작년에 <동의보감>의 세계문화유산등재를 기념으로 해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특별전을 이미 진행했습니다. 초판본을 비롯해 해외에서 출판된 <동의보감> 등 다양한 전시품들로 가득 채워졌었습니다. <동의보감> 완성되고 3여 년간의 인쇄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광해군에게 받친 것은 3년 뒤에 일입니다. 향후 2013년에는 <동의보감> 간행 400주년이 되는 것이죠. 그때 또한번의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허준 선생에 대해서 대중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허준 선생의 인간적인 면을 다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훌륭한 책을 만들어 국민건강에 이바지 한 허준 선생의 업적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체험프로그램으로 즐거움과 배움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