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균의 배우열전⑩
김은균의 배우열전⑩
  • 김은균 연극평론가
  • 승인 2010.09.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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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산의 모습처럼 오묘한 연기의 세계 - 윤예인

배우 윤예인은 매우 산을 잘 타는 배우이다. 한동안 배우협회에서 발간하는 <Actor Times>의 ‘여배우 산행일지’를 연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비교적 원고도 제 기간에 잘 보내주었고 오탈자 없이 보낸 원고가 깔끔해서 힘들지 않게 일한 경험이 있었다.  

“원래이름은 빛 ‘광(光)’자에 계집 ‘희(姬)’를 써서 윤광희 예요. 지금의 예인은 고요할 ‘예(叡)’에- 사람‘인(人)’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 작품을 끝내고 태백산을 찾았다고 했다.

“산에서 많이 배우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소한 문제에 집착을 하게 되는데 산을 오르다 보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연의 거대함은 비교할 수 없이 위대하지요. 같은 장소라도 보는 시간과 방향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제게 연기와 같은 또 하나의 삶인 셈이지요.”

그가 데뷔를 하게 된 것은 1979년, 작고하신 길명일 대표가 있었던 극단 작업의 <벙어리 마누라를 얻은 판사>라는 작품에서이다.

“당시 교육방송에서 일하던 김석호 피디가 저를 보더니 무조건 연기를 해야 된다고 강권하다시피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무대를 서게 되었지요.”

그리고 극단 민예와의 작업을 통해서 전통극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다. <춤추는 말뚝이>를 비롯하여 <서울 말뚝이> <정읍사> <한네의 승천> <오돌또기> <놀부전> <가로지기 타령> <이춘풍전>등 굵직굵직한 민예의 작품목록에는 꼭 그가 들어가 있었다.

“대표작을 꼽으라면 쉬운 질문은 아니지만 여인극장에서 한 <꽃피는 체리>와 <욕망의 섬>을 꼽을 수 있을까요? 대략 헤아려 보니 데뷔한 1979년부터 지금까지 90여 편 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는 MBC에서는 <수사반장>과 <한 지붕 세 가족> <동토의 왕국> <햇빛사냥>등을 했었고 SBS에서는 <순풍산부인과> <은하수를 아시나요> <사랑은 없다> KBS의 <거상 김만덕> <얼렁뚱땅 흥신소> 정도는 아시는 드라마일 거예요.

그렇지만 배역이라는 것이 항시 일정하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또한 선택권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해서 광릉에 있는 수목원에 오리전문점을 내고 식당을 하기도 하고 계속 끊임없이 연극외의 일을 하였지요. 그 길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고 연극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이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연극인 강사 제도가 생겨서 팔년 동안 연극인 강사를 했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일도 좋았지만 다양한 학생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연극을 통해 교감하는 일이 너무나 행복했어요. 일주일에 정해진 시수만 채우면 연극하는데도 방해받지 않고 자존심 상하지 않게 이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어느 날 문득 생각하기를 연극은 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매력을 넘는 그 무엇이 있어 이렇게 인생을  끌고 가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운명일 때도 있고요.”

다시 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가장 기억이 남는 산행은 무엇인지 물었다.  

“제가 산을 타기 시작한 것이 20대 초반부터이니깐 벌써 30년이 넘네요. 어느 날 설악산 죽음의 계곡이라는 곳을 산행하다가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서 보니깐 바로 옆에 절벽이 있는 거예요. 조금만 옆에다 텐트를 쳤으면 죽을 뻔 했었지요. 그땐 참 아찔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게 가장 기억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