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책
사람책
  • 정민디 수필가
  • 승인 2010.09.30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다른 문화가 궁금하세요?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제일의 지름길은 그 문화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사람 책을 읽으세요.

? 마포평생학습관은 다 문화인(외국인, 한국인도 가능)을 사람 책으로 등록시켜 일반 시민이 다문화인 으로부터 직접 그 나라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달라서 좋아(사람책 등록·대출)’ 사업을 시행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한 나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두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부끄러움으로부터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많은 분의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책이 되는 다문화인 조건은 한국에 거주하고 두 개 이상의 문화를 겪은 외국인, 또는 실제 현지 경험을 통해 외국 문화에 정통한 한국인이 자신이 겪은 문화를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책’이 됐다. 미국문화에 대해서라면 그곳에서 오래 살았으니 할 얘기가 많다. 졸지에 내가 책이라니 쑥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산 경험이 쓸모가 있다니 유쾌한 일이었다. 게다가 자꾸 햄버거 먹자고 조르는 나를 보고 “너 음식문화도 많이 바뀌었구나” 하고 말하니 ‘다름의 자격’도 갖춘 셈이다.

 나를 대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연령대를 알면 유학형인지, 생계형인지, 단지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 후반에 남자라니 유학문제는 아닐 터이다. 남자는 만나자마자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영어회화를 6개월째 공부하고 있고 직업이 변변치 않아 아직 미혼이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교회 성가대에 속해 있다고 한다. 현재는 직업이 없어 취직하기 위해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수첩에 질문을 꼼꼼하게 적어온 그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생계문제로 어떤 돌파구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한국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고 미국으로 떠나고 싶어 했던 젊은 날 나의 남편이 오버랩 됐다. 이민의 종류, 보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갖는 직업 또는 사업, 사는 형태, 여행지, 내가 미국에서 살아온 경험 등을 얘기하고 특히 강조한 것은 이민을 가려면 합법적 체류신분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디든지 우선은 그곳에서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이미 진부해진 지금, 한국도 다문화 가정 100만 시대가 왔다고 한다.?2003년 건강가정시민연대가 “국제결혼, 혼혈아, 등의 차별적 용어 대신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다문화 가족이나, 다문화 가족 2세로 부르자고 제안함으로써 사용한 말이 다문화 가정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이 넉넉해져서 ‘달라서 좋아’ 같은 프로그램의 수요도 늘어났다.

 도서관에 사람책으로 꽂힌 나! 대출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