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이 영화를 주목하라! (국내 작품)
부산국제영화제 이 영화를 주목하라! (국내 작품)
  • 성열한 기자
  • 승인 2010.10.12 17:4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임순례 감독

 

[서울문화투데이=성열한 기자] 영화 <우.생.순>으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임순례 감독이 김도연 작가의 원작 소설을을 영화한 작품인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 작품은 드라마 <파스타>에서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공효진과 신예 배우 김영필이 주연으로 박탈된 것보다 더 큰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소’가 영화의 주역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유명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고 있지만 독립영화로 제작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0일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임순례 감독이 말하는 영화 <소와 여행하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한 장면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김도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시골에 사는 노총각 시인은 아버지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우시장에 소를 팔러 나간다. 그런데, 차마 소를 팔지 못하고 소와 함께 전국 우시장을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는 여행 도중에 친구의 장례소식을 듣게 된다. 죽은 친구와 그의 아내는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이었다. 죽은 친구를 대신해 소와 그의 미망인 그리고 시인은 마치 동반자처럼 순례의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불교의 상징이기도 한 소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구도의 삶을 함축한다. 주인공과 함께 하는 소는 친구이자 아내이며, 업보이자 미륵의 모습으로 삶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한 상징물이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길은 인생의 구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넉넉하게 담아내는 임순례 감독의 여유로운 스타일은 삶은 한층 더 푸근하게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임순례 감독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은

지난 1996년 영화 <세 친구>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을 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대돼 영광이며,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

소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다

걱정이 정말 많았다. 할리우드 같이 동물을 여러 마리 데리고 교대로 촬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영화 촬영이 가능한 소를 알아봤는데 전국에서 열 마리뿐이 되지 않아 선택의 범위가 정말 좁았다. 무엇보다 두 달 동안 장시간 이동을 해야 했는데 다행이 주인공인 ‘먹보’가 굉장히 건강히 적응을 잘해줬다. 그래서 걱정을 덜었고, 먹보가 우리의 의도를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간혹 한마리만 데리고 찍은 것이 사실인지 물어보는 분들도 있는데, 정말 한마리 밖에 없었다. 영화 촬영에 잘 임해준 먹보를 만난 것이 개인적인 큰 운이라고 생각한다.

김도연 작가의 소설을 속에는 판타지 장면이 많이 배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작 소설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소설이 관념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이 많은 작품이다. 영화에서도 판타지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소설에서는 판타지적인 내용이 아주 많아 이것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려면 미술적 장치, 컴퓨터 그래픽 등의 효과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소설에서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부분, 상상력이 요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배제하고 촬영을 해야 했다. 판타지를 배제하고 연출하는 것이 제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제작 여건 때문에 사실적인 전개 위주로, 제작비를 아끼며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의 모습 (좌로부터 임순례 감독, 배우 공효진, 배우 김영필)

제작비 문제로 환상의 장면보다는 현실의 장면에 좀 더 치중했다고 했는데, 만약에 투자가 많이 들어왔다면 재현하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

원작대로는 아니지만, 포기했던 부분을 작업하고 싶다. 사실 포기했던 부분 중에 아까웠던 것이 소설 속 소와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할리우드에서처럼 CG 작업을 통해 실사로 소가 말하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뿐만 아니라 돈도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을 포기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상당 부분 기술적인 작업과 CG 작업을 통해 보충하고 싶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보다 먼저 각색을 했다고 들었는데, 큰 흥행을 거둔 <워낭소리>와의 비교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2007년 말에 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출간됐었고, <워낭소리>는 2009년 초에 촬영했는데, 그땐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 사실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이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픽션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충분히 변별력 있게 봐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워낭소리>를 먼저 많은 분들이 보신 것이, 우리 영화에게 있어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소가 단순히 고기가 아니고 사람과 깊이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속의 먹보를 보는 데에 있어서도 하나의 지침서로 작용할 것 같다.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예상 흥행 기록은

대중들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이 영화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크게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워낙 적은 제작비로 작품을 만든 만큼 그것만 환수할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

국내에 몇 안되는 여자 감독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해 나가고 있는데, 한국의 미래의 여자 감독들을 위해 충고를 해준다면

여자 감독들에게 특별한 충고를 할 것은 없다.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전혀 없는데, 아직까지 제작자 분들이 여자 감독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자와 투자자 분들이 좀 더 마음을 열어주면 좋을 것 같다. 여자 감독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영화에 찍으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