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캠브리지 통신[1]
이수경의 캠브리지 통신[1]
  • 이수경 도쿄 가쿠게이 대학 교수
  • 승인 2010.10.1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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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 속 귀중한 문화재 가치 소중히 하는 의식 가진 영국문화 일부분 엿볼 수 있어

▲이수경 도쿄 가쿠게이 대학 교수/ 캠브리지 대학 방문 교수
필자는 지난 8월 21일에 방문 교수로 캠브리지 대학에 도착한 후, ‘종횡무진’이란 표현처럼 거의 매일같이 영국 곳곳을 다녔다. 2년 전에 옥스퍼드 대학 학회 발표 차 왔다가 캠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컬리지에 머물면서 꽃향기 가득하던 정원과 캠 강에 반사된 건축물과 활짝 웃는 사람들의 웃음에 반해 도쿄 가쿠게이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의 배려로 이곳에서 연구 전념기간을 보내는 중이다.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 미국 강연과 한국 출장, 성적 제출 등에 쫓겨, 히드로 공항을 향해 떠나기 세 시간 전이 되서야 짐을 꾸렸던 상황이었기에 캠브리지에 도착하면 앓을 각오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안식년을 보낸 지인 교수들이 ‘중고차 사서 실컷 보고 다녀야 한다, 나는 30개 도시를 다 돌아다녔다’라고 했던 말들에 자극을 받았던 터라 20여년 만에 주어진 황금 같은 이 한정된 시간들을 어떻게든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공개 캠브리지대학 교직원용 정원

거의 철야상태가 계속된 뒤의 긴 비행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대학 근처의 잔디밭과 다람쥐와 새들, 캠 강의 펀팅(보트놀이)과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잘 정리된 정원 속의 각종 건축물을 빨리 보고싶어 짐만 내려놓고 그대로 학교로 달려갔다.

올해 801년의 역사를 맞은 캠브리지 대학 산하에는 31개의 컬리지가 존재한다. 영국에서 캠브리지와 쌍벽을 이루는 옥스포드 산하에는 35개의 컬리지가 있지만, 최근 10년간 영국의 입학시험 최난관 대학 1위는 캠브리지 대학이고, 더 타임즈가 선정한 2010년 세계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목가적 분위기의 캠브리지대학 주변

게다가 옥스포드 대학이 노벨상 47명을 배출했다면 캠브리지는 83명을 배출했고, 영국 수상 26명의 출신학교이기도 하다. 각양각색의 건축적 역사적 특징을 지닌 문화재를 보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을 통해 귀중한 문화재 가치를 소중히 간직하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함양해 온 영국 문화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사회이기에 개개인의 문화적 수준도 높은데다, 사회적으로 급격한 발전이나 변화를 원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만족한다. 더불어 그러한 변화없는 문화와 전통 그리고 역사까지 국가 혹은 지자체 수준에서 관광자원으로 발전·유지시키며 세계의 관광객을 고객화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캠브리지 대학 중심의 마켓

필자가 머무는 숙소는 아름다운 정원이 앞뒤로 있는 하얀 집인데, 신문사나 통신사 특파원들의 출입이 잦아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2주일 내내 필자와 함께 수속을 밟고, 송영차로 어설픈 나의 캠브리지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해 준 마크 교수(하버드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한 그는 최근에는 한국 영화시사회 등의 다채로운 한국 문화 알리기를 하는 지한파 베테랑 교수이다)의 안내로, 캠브리지 대학의 관광객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정원이나 시설 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뉴튼의 사과나무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트리니티 컬리지나 킹스컬리지, 퀸즈컬리지 등이 즐비하게 늘어선 캠브리지 시내 중심가에는 그 지역 특산의 농산물이나 안티크 등을 판매하는 재래식 마켓도 존재해 항상 학교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대학도 성당 교회도 큰 관광자원으로 거듭나는 곳이 영국사회이다.

▲캠브리지 트리니티컬리지 문옆의 뉴튼이 심었다는 전설의 사과나무

도착 후, 앓고 있을 시간조차 없이 캠브리지 시내를 걸어 다녔고, 형형색색의 정원과 강가의 오래된 건축물은 물론 역사적 위인들이 거닐고 즐겼던 사적지나 Pub에도 시간을 만들어서 열심히 다녔기에 8월말에는 열차를 타고 캠브리지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리인 앤 공주가 자란 샌드링햄(Sandringham)성으로 갔다.

웅장하고 화려한 성과 오밀조밀하게 가꿔진 전통적인 잉글랜드 가든과 온통 허브향기로 덮인 성 주변의 자연 경관에 빠지다보니 아무래도 영국 땅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트리니티 컬리지 교회의 2차대전 참전중에 사망한 캠브리지대학생 명단

그래서 8월 29일부터는 특파원에게서 구입한 폭스바겐 샤론 7인승(첫 주인은 이곳 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인데, 3대를 걸쳤지만 상당히 안정감이 있는 훌륭한 애마 역할을 하고 있다)으로 약 1개월 동안 영국 전역을 돌았다.

근처의 정비소에서 차를 정비 받고 타이어를 갈고서는 곧장 영국 내륙지방의 코스를 선택해 고속도로(모터웨이라 부르는데 런던을 제외하고는 고속도로 요금이 없다)를 타고 북부로 올라갔다.

▲계관시인 워즈워스의 집

다행히도 도쿄의 제자가 이곳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라서 그녀와 같이 영국 횡단을 나선 것이다. 체스터, 셰필드, 맨체스터(산업혁명이 일어났던 곳인데, 한국에서는 박지성 선수 소속 축구팀으로 알려진 도시), 리즈 등을 거쳐서 계관시인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윌리엄 워즈워스의 고향(그도 캠브리지 출신)인 호수지방(Lake District)에 밤 늦게 도착했다.

주말에다 예약없이 달린 터라 심야의 숙소 찾기란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우리를 기다려 준 패밀리 룸이 있어서 각자 예쁘게 꾸며진 방에서 피로를 풀었다. 이즈음에서 영국 도로를 원활히 하는 원형교차로(Roundabout)에도 익숙해 진다.

▲요새로 알려진 에든버르 성

눈부신 태양빛을 받으며 윈드미어와 그라스미어 등의 넓은 호수와 산 속의 작은 폭포와 라이달 언덕의 워즈워스 집들을 둘러보고, 선사시대 유적지인 서클 스톤에 들렀다가 북부 스코틀랜드를 달려서 심야에 에딘버러의 화려한 네온사인에 안겼다. 마침 인터내셔널 필름 축제 기간이었기에 시끌벅적한 거리 속에서 우리는 숙소를 찾았고, 꽤 괜찮게 보이는 숙소에 머물 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