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한국과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展
국내최초! <한국과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展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10.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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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문화유산 보존 위한 고급 문화 활동의 취지로 전시 개최해”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 서울시립대학교 박물관(관장 박희현)이 학생 및 시민을 위한 뜻 깊은 기획전시를 마련해 화제다.

▲<한국과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展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대박물관 전시실 입구

오는 2월 25일까지 학생 및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한국과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展은 사람들이 그렸던 최초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그림(암각화)을 통해 동아시아 문화를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한국과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展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대박물관 전시실 모습
▲울산 반곡리 반구대 바위그림 보존 및 훼손현황 기사를 스크랩 해놓은 자료들이 전시장 입구에 붙어있다

탁본 및 복원본 뿐만 아니라 원본 사진도 같이 전시해 세계의 암각화를 더욱 실감나게 보며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번 전시는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및 천전리 바위그림’, ‘한국의 바위그림’ 등 3가지 섹션으로 구성돼있다.

제1주제는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이다. 북방아시아 지역의 바위그림은 알타이 산맥을 중심으로 동서로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알타이 지역은 신석기시대 이후 카라수크 문화와 타가르 문화가 관류한 스키타이 문화의 영향권역으로 선사시대 바위그림의 보고이다.

▲사슴돌(청동기시대_몽골) 복원 모형
▲위에서 부터 노쇠한 표범과 기마인물/표범/마부와 말(청동기시대_몽골 알타이지역)

그림의 내용은 사냥과 목축을 하던 시기에 행해진 선사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특유의 형식으로 형상화한 것들로, 북방아시아 지역의 독특한 특징과 함께 한국의 바위그림과의 관련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2주제는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및 천전리 바위그림>이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바위그림(국보 제285호)은 태화강 상류의 대곡천변에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적이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바위그림 및 울산 천전리 바위그림 원형 탁본이 전시돼 있는 모습. 이 두 그림의 원형 모습을 전시했던 적은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거대한 암벽 하단 바위면(4×8m)에 왼쪽 면에는 바다짐승을, 오른쪽 면에는 뭍짐승을 주로 묘사했고, 사람·고래·물개·거북이·호랑이·표범·사슴·멧돼지 등 동물들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 등이 가득 새겨져 있다.
  
울산 천전리 바위그림(국보 제147호)은 울산 대곡리 반구대 유적으로부터 약 2킬로미터 상류지점인 대곡천(태화강 지류) 계곡의 암벽에 있다. 높이 2.7m, 너비 10m의 거대한 바위 벽에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다.

바위면의 윗면에는 쪼아판 사람, 사슴 등 동물들과 갈아판 기하문이, 아랫면에는 긁어 판 세선각(細線刻)의 기마행렬도, 항해도, 용, 사람 등의 그림과 고대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다.

제3주제는 <한국의 바위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 울산 천전리·대곡리(반구대), 고령 양전동 등에서 선사시대의 바위그림을 찾아내면서 고고학적 조사연구가 진행됐다. 이후 여러 곳에서 선사시대의 바위그림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조사 보고된 유적은 안동 수곡리, 포항 인비리ㆍ칠포리, 영주 가흥동, 함안 도항리, 남원 봉황대, 여수 오림동, 고령 안화리, 영천 보성리, 경주 석장동, 울산 방기리 등으로 주로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포항 칠포리 바위그림
▲고령 양전동 바위그림
▲고령 양전동 바위그림

바위그림의 유형을 보면, 생산활동과 연관되는 사실적 기법의 ‘동물상(動物像) 바위그림’과,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추상적 기법의 ‘도형·기물상 바위그림’, 기록하고 기념하려는 사실적 기법의 ‘생활상(生活像) 바위그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한편, 지난 21일에는 이번 전시의 개최를 기념하며 울산 반구대 바위그림 보존현황과 향후대책을 주제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희현 서울시립대 박물관 관장(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은 “우리나라와 다른 지역과의 암각화를 비교하는 전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 어떤 전시에서도 보기 힘든 사료들을 통해 좀 더 심층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현재 보존이 절실한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바위그림의 훼손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보존문화와 관련한 고발적 성격도 띠고 있다”며 “다른 나라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문화유산을 앞으로 수천년 이상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일종의 고급스러운 문화 활동의 취지로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박희현 관장과 함께 김호석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박정근 한국선사예술연구소 대표, 류승민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강사 등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반 만 년 문화 예술의 역사를 유일하게 증명해주는 문화유산이 훼손되면, 자칫 우리 역사는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바위그림의 보존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