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치열함을 무대 밖으로 - 강태기
무대 위의 치열함을 무대 밖으로 - 강태기
  • 김은균/공연전문 기자
  • 승인 2010.10.29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스케줄을 작은 시간 단위로 소화하는 그는 매우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연극배우협회의 회장이다. 개인의 일이라면 거절할 법한 일들도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일이라면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가 회장이 된지 1년이 넘었어요. 이제는 한 고비 넘긴 것 같습니다. 1800여명의 회원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머리도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제대로 해보려고요. 6·25 발발 60주년이 되는 올해 이산가족을 소재로 한 악극을 가지고 전국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전북 김제를 비롯하여 경북 칠곡, 6월에는 충남, 7월 강원, 9월 경기 등지를 돌며 악극 뮤지컬 <애수의 소야곡>을 공연하고 있지요. <애수의 소야곡>은 찾아가는 연극 한마당이란 테마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펼치는 공연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한 3억으로 제작했고 이번 공연을 통해 연극 인구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배우협회 전용극장 정말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차근차근 해나갈려고 합니다. 앞으로 기대 많이 해주세요."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배우상은 성직자와 같은 모습이다. "배우와 성직자는 같다고 봐요. 성직자들은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주고 온 마음을 다하잖아요. 대충하지 않죠. 만약 그런 성직자가 있다면 그 교회나 성당을 찾겠어요? 연기하는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간혹 그런 배우들이 있어요.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연기하는 다음 날도 술 냄새가 나는 거요. 그럼 안 되죠. 프로다운 모습이 있어야 해요. 앞으로 저는 배우들의 정신상태도 다시 쇄신하는 작업도 벌일 생각이에요" 
 

그와 분리해서 생각 할 수 없는 작품은 바로 1975년에 극단 실험극장에서 <에쿠우스> 이다. 그는 ‘앨런’ 역할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공연을 본 이어령 교수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신동”이라며 그를 칭찬했고 이후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으로 이어지는 명작의 계보를 형성하게 되었다. 매일 10시간 이상을 김영렬 연출과 3개월 동안을 연습실에서 치열하게 연습하고 공연하였던 작품이었다.

공연 3개월을 넘기던 어느 날 그는 1막을 공연한 뒤 졸도했고 막간 10분 사이 바로 옆에 있는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2시간 20분을 모두 채웠던 집념어리고도 순수했던 연극시절을 회상한다. <에쿠우스>의 앨런은 강태기였고 강태기는 앨런이었다. “군대를 바로 갔다 온 직후였지요. 하루에 3시간도 못자면서 연습을 했던 작품이었어요. 일어나고 잘 때까지 제가 맡은 역할인 앨런만 생각했습니다. 이 친구는 말을 좋아했고 게다가 인물을 파고 나니깐 정신분열증세 까지 있는 인물이라 미치겠더라고요. 등장인물이 살았던 삶을 느낀다는 것은 배우로서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배우는 존재하지 않지요.” 

그가 연극을 버릴 수 없게 만들어준 선물인 연극 <에쿠우스> 당대 최고의 흥행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 하나가 연극계를 흔들어 놓았다. 당시에 연극을 만 명 이상이 극장을 찾았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흔히들 소극장 운동이 이 연극을 계기로 일기 시작 했다고 말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연극 하나가 세상을 흔들어 놓은 거지요. 극장 앞 에는 관객들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게 줄을 서있었고 116석의 소극장 이였는데 관객들의 숨소리가 추운겨울을 녹였으니까요. 3개월 전에 이 작품을 예약을 하고 볼 정도였으니까. 전 이 한 작품으로 연극을 평생 버릴 수 없게 된 것이지요. 제대로, 열심히 배우 하라고 말이에요.”
 

그는  연극의 힘을 믿고 사는 낭만주의자도 하지만 요즘은 다른 데로 뺏겨버린 연극관객을 다시 찾아와야하는 절박함을 안고 사는 현실주의자의 운명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