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치 않은 호칭
적절치 않은 호칭
  • 김정완 / 수필가
  • 승인 2010.11.25 14: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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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코너

  시대가 변하여 부르는 호칭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한 탯줄을 메고 나온 남매간에 부르는 ‘오빠’를 애인이나 남편에게 쓰고 있다. 애인에게는 이름을 불러 ○○씨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또는 애교 있게 ‘자기’라고 부르는 것도 좋을 터인데, 왜 하필이면 ‘오빠’라고 할까?
  결혼 후에도 엄연히 ‘남편’이라는 좋은 말이 있으며 애기가 있으면 누구누구 아빠라고 부르면 되는데 ‘우리 집 아저씨’ 또는 ‘아빠’라고 부른다. 아빠는 자기 아버지를 말하는 것이며 아저씨는 이웃집 남자나 가깝지 않은 나보다 위 항렬의 모호한 존재를 후뚜르 마뚜르 부르는 말이다.
  친구 아들이 원장으로 있는 중소종합병원에서 중고생 신체검사를 맡아서 하는데 가운을 입고 약국에 근무하는 나의 약사 친구에게 학생이 “아줌마, 약주세요.”하더란다. “여기 병원인데 아줌마가 어디 있니?” 했는데 지나가다 그 말을 들은 원장이 나에게도 아저씨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하더란다. 전에는 병원에서 가운만 입고 있으면 ‘선생님’으로 대접 받았다며 개탄을 했다.
  예전에는 한 가정에 삼대가 살면서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애써 가르치지 않아도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 지금은 핵가족이 되면서 부모들이 공부만 잘하면 왕자나 공주 대접을 하니 생활교육이 부족해 적절한 행동과 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시장에나 상점에 가면 새파랗게 젊은 아이가 늙은이나 젊은이들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늙은 사람에게 젊은이 대하듯 하여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백화점에서처럼 모두에게 좋은 ‘고객님’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오늘도 광고지를 돌리는 여자가 ‘언니’라고 부르며 어느 찜질방이 공짜라며 광고지를 준다. 언니라는 말이 전염이 되었는지 손님도 일하는 종업원을 부를 때 ‘언니’라고 부른다. ‘아가씨’라고 부르면 좋으련만, 이런 예쁜 말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데 ‘아가씨’가 술집에 종사하는 ‘술집 아가씨’로 둔갑이 되어 싫어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여기요”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어느 집에 오는 도우미는 자신을 ‘이모’라고 불러 달란다. 식당에서 일하는 부인들도 모두 서로 ‘이모’라고 부른다. 아줌마라는 호칭이 자기 품격을 낮추는 것 같아서 싫다면 남이니까 누구‘엄마’ 라든지 ‘아주머니’가 적당한 불음일터인데.
  오빠, 언니, 이모는 형제지간이나 근친 간에 부르는 말이다. 왜 이렇게 변질되어 불려 지는지 모르겠다. 요즘처럼 불안한 세상에 모두가 좀 더 가까이 끈끈하게 살붙이 같이 맺어져 있어야 안심이 되어서 그런 것인가?
  혈연간의 호칭은 정리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남간의 적절한 호칭도 정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