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원, 붓질의 공명- ‘Now here’
박다원, 붓질의 공명- ‘Now here’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0.12.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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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 집중해 생긴 에너지가 세상과 우주의 교감과 소통으로

[서울문화투데이=이은진 기자] 점과 선 그리고 호흡으로 만들어 진 한 폭의 여유를 느끼고 싶은가? 이달 9일 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박다원작가의 '붓질의 공명 - Now & here'는 그런 여유를 한껏 머금은 단아한 도인의 향기를 풍긴다.

▲전시장에서 작품설명 하고 있는 박다원 작가

 “점과 선이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호흡이자 삶의 여정이기도 하죠. 또, 나이면서 너이고, 우주의 어떤 공간이면서 세포이면서 동시대적인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Wave-now here>라고 표현된거죠.” 라며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제 그림을 보면서 복잡한 사회에서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쉬어갈 수 있는 하나의 호흡인 거죠. 우리가 서로 소통하면서 우주와 교감도 하고, 나의 작은 부분들이 모아져서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을 맺는 그를 보며 붓질에 가득 담은 우주와 자유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 환하게 웃고 있는 박 작가
그는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는 양친 덕분에 언제나 그림 속에 파묻혀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 보듯 세계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을 훑어봤다. 그녀는 저절로 화가로 만들어질 소양들을 갖추며 자랐다. 고 3이 됐을 때 선생님을 따라 처음으로 미술학원을 갔다. “학원에 처음 갔다가 집에 오는 버스에서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다 있네?’하는 생각이 딱 저를 잡더라고요. 이때부터 발목 잡혀서 내 인생 끝난 거예요(웃음)” 이후 영남대 회화과에 진학한 그녀는 졸업하던 해인 1980년 제1회 대구미술대전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다. 28세가 되던 해에는 최연소 목우회 회원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쥔다.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단한 기록이다.

당시 박 작가는 지금처럼 추상이 아닌 구상 작품들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구상과 비구상의 접점이 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함께 조형성 있는 작품들을 했다. 그러다 2000년 초부터 지금의 추상으로 바뀌면서 점점 심화된 작업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으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됐죠. 그러면서 자극이 바뀌었어요. 게다가 당시에 노자, 장자의 책들을 접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어떤 계기가 됐어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본질에 다다르는 거죠. 그렇게 되니까 저절로 그림의 방향이 바뀌게 됐죠”

▲wave- now here_90.9x65.1cm_mixed media on canvas_2010
 그렇게 시작된 작품생활 이래, 붓질의 공명에 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 동안 원초적인 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사’를 공부하기도 하고, 우주, 불교적 사상에 끌리기도 했다. 추상과 동양의 세계에 매료 된 10년 동안, 그는 ‘지금 여기’라는 것에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 순간에 파동을 일으키면서, 세상과 마음 그리고 사랑을 움직였으면 합니다.”라며, ‘now here'를 강조한다.
▲wave- now here_60x72cm_mixed media on canvas_2010

오랜 사색과 사유,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단숨에 그려낸 듯 순발력 있는 필치, 정돈된 붓질로 한국적 미감을 표현하는 박다원의 작품은 2005년 조지 부시 대통의 방한기념 기증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올해 11월 고려대 박물관에서 개최된, <Korean Circle - 순환 반전 고리의 미학 전>에도 초대되어, 신선한 조명을 받았다. 이달 중에 경남도립미술관 현대미술의 동향展 <SMART> 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달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신작들은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진 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 Wave-now here_ 80.3x116.8 cm_mixed media on canvas_2010 

「나는 우주 그리고 자연, 물리학에 오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절대적인 것이 없다. 우주는 아직 실현 되지 않은 많은 잠재성의 총체이고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는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사물은 하나이자 전부이다. 사물을 형성하는 근본은 빛이며 에너지이다. 우주의 본질, 소통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과정으로서 wave를 캔버스에 담는다.」- 박다원의 작업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