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추억이 그리울 때, 삶이 외로울 땐, 토끼의 책방으로
빛 바랜 추억이 그리울 때, 삶이 외로울 땐, 토끼의 책방으로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0.12.1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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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세상을 꿈꾸는 이가 ‘서림 534’의 편지를 보냅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진 기자] 아뜰리에 아키에서는 오는 2011년 1월 13일부터 2월 9일까지 강예신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서림嶼林534>展을 개최한다. 서림534는 섬 서, 수풀 림에 번지 수 인 534의 의미이다.

이는 기억의 숲 입구에 있는 낡고 오래된 책방이다. 누구나 어디든 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곳. 마음을 내보여도 근심 없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곳. 이곳에서 시작 되는 이야기는 외로움이라는 뻔뻔함을 달고 사는 또한 낡고 오래된 토끼의 세상이다. 그 토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초속 5cm - 가슴이 일렁이는 속도. 162cmx130cm. 그림 천에 기름칠.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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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k9k87시86k86j68m4h9j2l4k8hl3k."

(보아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쉬운 방법으로 만들어진 퀴즈인데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모르겠는 길. 왜 매뉴얼 북이 없는 걸까? 세상을 잘 사는 법, 감정을 꺼내어 말리어 두는 법 그런 지침서가 있다면 사는 만큼 이곳 세상이 녹록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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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서를 만들기로 했다. 쉽게 일렁이는 감정들을 넣어 두고 다니는 방법, 그래서 세상과 타협할 수 있는 법을 찾기로 했다. 먼저 나의 감정들을 수납하기 위해 한 마리 토끼가 필요했다. 간을 놓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 아주 오래된 토끼가 거짓을 사실로 만들면서도 찾지 못한 자기를 만나는 방법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개별포장. 116cm x 72cm. 그림 천에 기름칠.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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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사탕을 물면 온갖 맛들이 녹아내리고 이해의 나라가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 맛보기를 끊을 수가 없다. 시시콜콜하기 그지없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소소한 맛일지라도 그것은 달콤하다. 절대로 나를 혼자 두는 법이 없는 쓸쓸하고 달콤한 이야기들은 상상의 멤을 돌아 존재가 된다. 처음부터 그런 상상이 존재했다는 것을 안 후 나는 개탄의 웃음이 났다.)

"서림534 8p3o14k8u"

(똑똑 노크를 하지 않아도 언제나 열려 있는 세상들이 있었다. 동네 어귀의 작은 책방의 책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서림은 이제 없다. 양장된 무거운 표지가 손끝으로 이동이 가능한 텍스트들은 육중의 문이 되고 계단이 되어 가지만, 우리의 작은 기울임이 세상을 열게 할 수 있다.)

▲花有十日紅 - 열흘 붉은 꽃도 있더라. 130cm x 80cm. 그림 천에 기름칠. 2009

이렇듯, 낡은 토끼는 아무도 찾아줄 것 같지 않은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안락함을 느끼고 있다. 또한, 그곳에서는 이 세상의 무거움과 각박함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다. 이번 <서림嶼林534>展은 외로움에 사무치는 현대인들을 위한 위로이다. 낡았지만 아직도 꿈꾸는 그 토끼의 세상속에서 지친 마음을 조금 쉬어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