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열정을 스케치한 역사학자
이석우, 열정을 스케치한 역사학자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0.12.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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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인 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과거와 오늘에 대한 시선

[서울문화투데이=이은진 기자] 현대미술이 있다면 그림에도 역사가 존재한다. 그런 그림의 역사를 뒤 쫓는 사람이 있다. “역사를 만나러 미술관에 간다.” 고 말하는 이석우(69·경희대 명예교수) 겸재정선기념관장이다.

지난 15일부터 목인 갤러리에서 열린 ‘박물관에 가면 그림이 그리고 싶다’展은 그런 삶을 잘 대변해 주는 결과물이다.

▲목인 갤러리 입구

“박물관에 가면 저절로 손이 움직이며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역사학자는 전공한 역사와 연모해온 그림의 공통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부단히도 해 왔다. 또 손이 저절로 스케치북으로 향하고 있을 만큼 그림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 열정을 틈틈이 스케치해서 사람들에게 공개한 것이 지금 열리는 ‘박물관에 -’ 展이다.

▲'박물관에 가면 그림이 그리고 싶다'展의 전시 모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태양이 떠오르다’ 이다. 커다랗고 빨간 원이 가운에 크게 있고 그 옆에 구름이 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관장의 아내는 그 작품에 대해 ‘흉배에서 영감을 얻은 것’ 이라고 설명한다. “처음에 태양 하나만 그리고 있다가 구름 넣고…연하장 만드는 데 사용하곤 했어요.”

▲<태양이 떠오르다>, 62.5x47cm,2010

그의 전시를 보다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이 걸린 방의 한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 그 사각의 홀 속에는 관장의 손때가 묻은 수많은 스케치북들이 놓여있다. 너무 많아서 다 벽에 걸 수 없으니 저렇게 땅 속에 보화를 묻듯 전시했다. 그걸 통해 그의 그림에 대한 사랑, 열정, 삶의 파노라마가 머릿속을 휙 스치고 지나간다.

▲전시관 중앙에 놓인 스케치북들

이 관장과 친분이 있어 보이는 몇 몇의 사람들이 그 홀의 주변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미술을 전공했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그 중에 한 명이 말했다. 그가 미술만을 했다면 겸재기념관의 ‘진경산수화풍’의 명맥이 지금처럼 잘 유지돼 올 수 있었을까? 지금 그가 운영하고 있는 ‘겸재정선기념관’은 미술과 역사의 통합을 이루어 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전시관 중앙에 놓인 스케치북들을 가까이서 본 모습

역사를 만나러 미술관에 가는 그이지만, 그의 그림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드로잉과 여백을 최대한 살린 그의 그림은 하얀 벽에 ‘섬세한 그림 한 점’이 아니다. '박물관에 가면-'展은 이석우 관장의 삶과 여정을 그림에 비벼서 볼 때 더 맛있다. 전시는 29일까지다.